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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 집단에 있어 현상과 본질의 차이 - 개입의 위험성

by 죠옹 2021. 4. 23.

 집단 규모에서 개입을 현상적인 면에만 집중하여 판단한다면 본질로 부터 벗어난 그릇된 개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런 문제들을 생각해 볼 수 있다. 

  • 사람들은 끼리끼리 논다는 현상적인 관찰 결과에 따라서 끼리끼리 놀게 하는 개입이 이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날까? 
  • 선진국의 GDP가 높다는 것을 근거로 GDP에 집중한 정책을 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 상위권의 축구 팀에서 패스 빈도가 높다는 것을 근거로, 패스를 위한 축구 전술을 펼친다면 성적이 올라갈까?

 집단에서 관찰되는 현상은 복잡성을 내재한다. 따라서 현상적으로는 같을 지라도 계의 상태는 전혀 다를 수 있다. 이는 겉보기 평행 상태가 치열한 부딪힘 속에서 이뤄진 결과물인지, 전혀 치열한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나타난 무미건조한 결과물인지 알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데이터 사이언스에서 사람에 관한 개입이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데이터들은 현상을 정량적으로 표기하기에, 실제로 원하는 output을 위한 개입을 효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이러한 개입은 인간의 본성을 가속화 하거나 배제하는 방향이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알고리즘 적 개입에는 도덕적 판단과 감정이 배제되어 있으며, 본질에서 유래한 현상 자체를 본질화 시켜 버리는 경향이 있다. 믿음에서 시작된 관계는 책임이 되고, 관심에서 시작된 관계는 속박이 된다. 어느 순간 본질과 현상은 뒤바뀌어 버리고, 그것에 이끌려가는 형국이 된다.

 

 사람이 좋아 자주 모임을 가지던 자리가, 정기적인 행사가 되다 보면 어느새 사람이 먼저인지 행사가 먼저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곤 한다.

 혈액형별 성격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은 실제로 한국과 일본인의 성격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믿음에서 시작한 자본은 어느새 그 생명력이 근본이 되는 노동의 영역을 초월하고 있다.

 민주적 규범을 위해 등장한 법치주의는 어느새 헌법 그 자체에 의존하는 헌법주의적 사고로 변질되곤 한다. 

 사람 별로 다른 관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등장한 인터넷 생태계의 알고리즘들은 오히려 사람의 특성을 규정지어버리며 양극화를 조장하기도 한다.

 

 집단에서는 선 하나가 그어지면 그 선에 매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선만 보다 보면 본질은 잊혀지게 마련이다. 선을 긋는다는 것은 획기적인 발명이었지만, 궁극적인 것이 아님을 항상 의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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