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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정보과학

[개념] 조립이론(Assembly therory) - 조립의 관점으로 보는 생명현상

by 죠옹 2023. 7. 6.

 

 

최근 안될과학에서 김응빈 교수님이 조립이론(Assembly Theory)를 언급하셨다(영상 11분 즈음). 예전 그래프 커뮤니티에서도 잠깐씩 봤던 키워드라 한 번 관련 글을 찾아볼까 했는데, 마침 콴타매거진에 이 이론을 다룬 기사가 있었다.

 

A New Idea for How to Assemble Life - Philip all, Quantamagazine

 

조립 이론은 Cronin과 Walker의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설명이다. Cronin은 왜 원자들은 가능한 천문학적인 결합의 방법 중 어떤 분자는 만들고, 어떤 분자는 만들지 않을까를 고민했고, Walker는 살아있는 유기체의 분자가 우연히 조합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것을 고민했는데, 이 둘이 만나 토론하던 중 공통적으로 필요성을 느낀 것이 Assembly Theory라고.

 

즉, 생물학 이전에, 그러니까 자기를 훌륭하게 복제해 낸 '자기 복제자' 이전의 레벨에서 이것이 가능하게 할 driving force를 이론화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예전의 학문적 관심은 '우연'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자유로운 공간이 있다면 수 없이 임의의 조합이 생겨나고, 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임의로 형성된 분자만으로는 충분히 신기하지 않다는거다. 우리가 신기해하는 건, 왜 이들이 다른 임의의 조합에 비해 안정적으로 계속해서 만들어지는가, 즉, 그 과정인 것이라고.

 

그러니까 이 과정의 복잡성이라는 것이 사실 우리의 '흥미'의 원천이자, 생명현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의 배경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주장.

 

그래서 이들은 어떤 물질에 대해 이들의 재료로부터 이 물질을 만드는데 필요한 최소 단계 수를 계산하고, 이를 Assembly index(AI)라는 지표로 정했다. 이러한 방법의 매력은 해당 분자의 어떤 화학적 성질도 Index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여기서 약간 정보이론이 떠올랐다. 정보이론에서도 정보의 정성적인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다. 오직 그 희소성만이 정보의 가치를 결정할 뿐. 조립이론에서도 마찬가지다. 물질의 중간 성질은 한 편으로 제껴두자는 것이다. 오직 조립의 측면에서만 물질을 보자는 것.

 

이것이 매력적인 이유는 우리가 그동안 생명과 관련된 물질이라고 관념적으로 알고 있던 것들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즉, 지구에서의 '생명'을 암시하는 생화학 체계를 따르지 않는 '생명'에 대한 접근을 가능하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것. 

 

어쨌든, 다양한 물질에 대해 조합 인덱스(AI)를 조사해 보니 생물에서 발견되는 분자의 경우, 미네랄이나 단순 유기물보다 높은 AI가 관측되었다고. 높은 AI는 물질이 더 복잡한 경로로 생성된 것을 의미하는데, 이게 단순히 임의로 생긴 것이 아니라, 어떤 조합의 조합의 조합과 같이 경로에 의존하여 복잡한 형태로 조합되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니까 이렇게 복잡하고도, 경로의존적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관찰되는 물질은 '생명 현상'처럼 이 배경을 지배할 프로세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 반대의 해석도 가능하고.

 

문제는, 이것이 과연 이론을 넘어 실험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큰 분자를 작은 조각으로 쪼개어 분석하는 기존의 질량 분석법(Mass spectrometry)을 활용해서 인덱스를 뽑을 수도 있고, 적외선 분광법(Infrared spectroscopy)로도 일관적인 결과를 볼 수 있다고 하니, 이제 제임스 웹 같은 관측도구를 통해 우주의 생명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사용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이들의 전망.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진화 이론학자인 Krakauer의 코멘트였는데, 이들의 연구가 화학적 실험실 보다는 망원경에 가깝다고 비유한 점이었다. 그러니까 뭘 실제로 만들어 내는 연구는 아니지만, 새로운 무언가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연구라는 비유인데, 참 기가막힌 비유라는 생각이.

 

또 기존의 복잡성 측정이 놓치고 있다는 점이 개체의 '역사'라는 Cronin의 커멘트도 무척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과학 분야의 관점은 그 주어를 언제나 universe로 두는 경향이 있다고 느낀다. 그러니까 우주에는 어떤 보편적인 rule이 있고, 세상 만물은 이 rule의 지배 하에 움직인다는 것. 정말로 다양하고 다양한 현상 속에서 이러한 rule들이 빛나는 건 정보를 최소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규칙만 알면 주어진 조건 속에서 '해석' 내지는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

 

기존의 Complexity에서도 '임의'라는 rule을 베이스로, 창발이라는 '현상'을 다룬다. 그러니까 축은 universe이고, randomness는 rule이며, 현상은 결과다. 이렇게 Random이라는 말 자체가 축을 'universe'로 둔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런데 이러한 접근법이 과연 모든 complex한 현상에 대한 유효한 접근일 수 있을까. 특히나 생명현상처럼 경로의존성, 즉, 역사를 통해 설명해야 하는 현상이라면?

 

때로는 universe, 그러니까 공간이라는 축에서 벗어나, complexity와 관련된 경로를 새로운 축으로 두었을 때 비로소 현상에 대한 '정보'가 유의미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과한 비약이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보아 인간이야 아무 의미가 없지만, 우리는 우리를 포함한 생명현상을 아주 흥미롭게 보는 것처럼. 개인적 망상 수준이지만 Assembly theory는 이 즈음에 포지셔닝 해 두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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