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아서 요즘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적어본다. 요즘엔 사람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았다. 모든 것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무능함과, 언젠가는 죽고 마는 유한한 생명이 주로 그 대상이다.
모든 생명들은 무능하고, 유한하다. 여기서 말하는 무능함이란 모든 것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을 뜻한다. 무능함은 잘못된 이해를 만들고, 유한함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만들어낸다. 내가 유능하고, 무한한 존재였다면 이해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중요시 여기는 것 또한 없었을 것이다.
무능하고 유한하기 때문에 특정한 것들을 중요시 여기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이것이 무능하고 유한한 존재가 유일하게 세상 속에서 자신을 자각하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주변 훤히 보이고 익숙한 장소에서는 벽을 더듬지 않겠지만, 어두워 보이지 않고 낯선 곳에서는 불안감에 벽을 더듬으며 내 위치를 확인해 나가며 어딜지 모를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할 것이다.
우주 속 덩그러니 놓인 지구 속에 또 덩그러니 놓인 사람은 기본적으로 불안한 존재다. 근본이 되는 바닥 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절대적인 진리의 천장 아래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언제나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언어, 과학, 문화와 같이 절대적이며 객관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가치 위에서 안정감을 찾아보려 하지만, 그 근본은 불안정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행복은 항상 관계 속에 존재한다. 무조건적인 행복은 없다. 좋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기 위해 좋은 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한다. 예전엔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좋은 세상은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세상이라는 식으로 방향이 조금 수정 되었다.
행복은 개인에 있어서는 상대적이지만, 관계에 있어서는 절대적이다. 요즘 생각하는 관점이 그렇다. 개인을 보려 하면 나와의 차이를 생각하게 되지만, 관계는 그냥 그 자체가 중요하다.
요즘 네트워크 이론을 공부하고 있는데, 이 이론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비슷한 것 같다.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Node라는 거점을 점으로 Edge라는 관계를 선으로 나타내는데, Node의 특징을 Edge의 관계를 통해 설명하고자 한다. 좋은 관점을 지닌 이론인 것 같다.
나는 항상 절대적인 어떤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행동하려 했는데, 요즘엔 나를 관계 속에 두려고 생각한다. 수많은 관계 속에서 "나"를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은 것 같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사람 때문에 힘든 것도 아니다. 오히려 진짜 내가 휘둘리지 않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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