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개론 책을 읽고 되먹임에 대해 생각하다가 글을 써본다. 되먹임은 아름다운 개념이다.
되먹임 시스템에서는 어떤 일의 결과가 다음 일의 원인이 된다. 내 방식대로 설명해 보자면 되먹임 시스템에서는 현재와 미래가 섞인다. 조금 더 복잡한 시스템에서는 과거까지도 섞이면서, 시스템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독립적이지 못하게 만들고 인과관계를 형성한다. 아주 넓은 의미로 보면, 인과관계로 설명되는 우주의 모든 존재가 되먹임 시스템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존재가 없다면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인과관계 속에서 보고자 하는 현상에 초점을 두고 되먹임을 관측하거나 설계하며 이용하고 있다.
되먹임 시스템은 증폭되거나 수렴되기 쉽다. 결과가 원인에 반영되니, 빠르게 발산하거나 빠르게 수렴되는 특징이 있다. 이런 특징을 이용해서 증폭기나 제어기로써 되먹임 시스템을 이용하곤 한다.
오늘은 이러한 공학적으로 설계된 되먹임 시스템 보다는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되먹임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보려 한다(자발적이라는 단어가 인간 중심적이긴 하다). 자발적으로 발생하는 되먹임 시스템은 한정된 자원과 공간 그리고 힘과 변화를 원료로 한다. 시스템이 결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때 되먹임이 발생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힘과 물질(에너지)들은 되먹임 시스템을 만드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전자기력은 물질간에 반응을 만들어내고, 중력은 넓디 넓은 우주 속에서 그 입자들을 한 곳으로 모아 가두며, 그 속에서 물질들의 움직임은 서로서로의 결과에 영향 받으며 다양한 되먹임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이 "되먹임 시스템"은 시간이라는 숙적을 갖는다.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지 못한다면 그 시스템은 존재가 사라지게 되니 말이다. 시간이 지나도 유지되는 되먹임 시스템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
시간이 경과 되면서 남는 되먹임 시스템은 시스템 간의 순환을 형성할 것이다. A의 결과가 B의 원인이 되고, B의 결과가 C의 원인이 되고, C의 결과가 A의 원인이 되어 각 시스템의 결과가 안정된 값으로 수렴했을 때, A, B, C 되먹임 시스템은 살아남을 수 있게 되고, 비로소 되먹임 시스템으로 우리에게 관측될 것이다.
또한, 순환이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인과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 시스템은 시스템으로써 관측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살아남은 되먹임 시스템의 예로 "가이아 이론"이 있다. 가이아 이론은 지구가 단순한 평형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항상성을 유지하는 수많은 되먹임 시스템에 의한 평형상태에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생물이란 되먹임 시스템이 지구의 항상성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이야기한다. 생물은 무생물보다 더 적극적인 제어 시스템을 갖고 있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구에 생명이 탄생한 이래 유입되는 태양에너지는 25% 정도가 증가했지만, 전 지구적인 표면온도는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또한 지구의 대기는 약 79%의 질소, 20.7%의 산소, 0.03%의 이산화탄소 비율로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다. 바다의 염도 또한 3.4% 정도로 일정하다.
생물의 존재를 배제하고 단순히 화학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상태들은 안정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구는 생물이 호흡과 광합성을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순환시키고,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화산활동은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고, 비와 강물은 이산화탄소를 녹여 석회석이나 조개류의 껍질 등을 통해 탄산칼슘 형태로 고정시킨다. 이러한 작용들은 서로가 되먹임 고리를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자기조절 능력을 보인다. 이산화탄소가 증가하여 온실효과로 지구에 축적되는 열이 증가한다면 이산화탄소를 소모하는 생물들이 늘어나서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소모하는 생물들이 늘어나서 대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고, 반대로 이산화탄소가 감소하여 기온이 떨어지면 이를 소모하는 생물이 줄면서 다시 농도가 올라간다는 원리이다. - 복잡계 개론 (윤영수, 채승병 저)
마지막 구절에서 댐퍼(완충기)가 생각이 난다. 생명현상은 특정 무늬로 나타나는 열대류 현상이나, 소용돌이와 같이 열린계의 질서를 지닌 현상에 비유 되곤 하는데, 이들의 특징은 강한 변화속에서 완충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심지어 무생물에게 되먹임 시스템를 부여하여 항상성을 유지하기도 한다(제어). 위와 같은 되먹임 구조들은 시스템이 동작하기 위해 외부의 에너지 유입을 필요로 한다. 지구에서는 주로 태양에너지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제어 시스템을 설계하던 때가 생각이 난다. 제어 시스템을 설계할 때는 시스템에 피드백 회로를 추가하여 시스템 모델을 행렬로 나타내고, Output의 사상이 축소되도록 파라미터를 조정한다. 시스템을 순환하면 할수록 Output이 수렴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먹임은 자연스럽게 시스템 내부에 자리 잡아 Output이 제자리에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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