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리차드 도킨스의 강연을 들었던 것이 생각나 글로 적어보려 한다.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오래전 나온 책이지만 접하게 된건 고작 몇년 전이다. 이전, 무작위성 진화와 자연선택 정도로 진화론을 이해하고 있던 나에겐, 생명의 기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던 좋은 책이었다. 강연에서는 지금까지의 진화의 방향을 이야기 하며, 앞으로는 진화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 내용들을 생각하며 글을 써본다.
지금까지의 진화
이 책의 내용에 따르자면, 모든 생명은 '자기복제자'로부터 시작되었다. 자기복제자는 유기물로 가득한 원시 바다에 있던 물질들인데, 특징은 주변 유기물로부터, 자신과 같은 구조의 물질을 합성하고, 분리한다. 그래서 무작위적 유기물들은 자기복제자의 구조를 띈 유기물들로 바뀌어 가게 된다. 즉 원시 바다의 구조를 이루고 있지 않던 개개의 유기물들이 자기복제자의 구조를 갖도록 변해간 것이다. 그래서 온 바다에는 자기복제자들이 넘쳐나고, 자기복제자들의 경쟁이 계속되며, 자원 획득에 유리한 자기복제자들이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복제자들이 사라지는 현상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우연히 주변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할 수 있는 막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의 자기복제자들이 생겨났고 그렇게 세포라는 것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발생은 정말 우연중의 우연으로 한마리가 생기더라도, 이 한마리는 복제에 유리하기 떄문에 계속해서 수를 불려나가므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 세포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또 비슷한 과정으로 우연히 뭉쳐다니기 시작하는 세포들이 생겨났고, 얘네가 역할을 분담하여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다세포 생물이 생겨나게 되었다. "자기복제자"에서 "세포", "세포"에서 "다세포생물"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주변 유기물로부터 자기 자신과 같은 구조를 복제해내던 애들이, 자기를 보호하게 되었고, 유기물을 찾으러 까지 다니게 된 것이다.
결국 자원 전쟁이다. 자원을 더 많이 획득하여 자기를 더 많이 복제하고, 세상에 더 많이 남은 생명체가 우리가 보는 생명체들이고, 앞으로 생명체로 불릴 것들이 되겠다.
그래서, 자원을 쟁취하기 위해 적합한 조건을 지닌 구조가 계속해서 살아남아왔다. 그 중에 놀라운 변수 중 하나는 "지능"이다. 지능은 어떻게 하면 더 자원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더 번식을 잘 할 수 있는지 생각하기에 적합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능을 통해 과거의 일들을 기억할 수 있고, 해보지 않은 일도 머릿속에서 상상해볼 수 있으며, 더 나은 행동을 위해 계속해서 교육되어질 수 있다.
인간에게 있어 두번째 놀라운 변수는 "언어"다. 언어를 통해, 단순한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고, 사건의 인과관계나, 사물에 대한 설명 또한 가능하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사람과 사람간의 긴밀한 관계가 시작된다. 원하는 것을 말하고, 사건과 사물에 대해 설명이 가능해지면서, 자원경쟁에 나 혼자서가 아닌 다른사람과 같이 참가할 수 있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조직이 홀로 자원경쟁에 뛰어드는 것보다 유리하게 되었고, 더 구체적인 언어를 통해 더 많은 일을 분담하여,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농사, 사냥 등등)
그러다가 "기록"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기록을 통해, 이전 지식들을 습득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아갈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언어 그 자체도 발전할 수 있었으며, 수많은 인과관계에 대해 설명이 가능해진다. 또한, 기록을 통해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은 사람과의 공감이 가능해져,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게 된다(문화권).
이러한 점들을 살펴보면 진화(자원경쟁의 승자)의 방향이 더 강하고, 더 빠르게에서, 더 똑똑하게로 바뀌었고, 더 많은 공감능력을 기반으로 한 유기적인 조직으로 바뀌어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의 진화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바뀔까?? 진화론적 관점으로 보았을 때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 라는 것은 앞으로 어떤 사람들이 살아남을까에 대한 질문이고, 이것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복제능력,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자원경쟁능력이다.
요즘 보면 참 신기한게, 더 많이 배우고, 더 선진화된 사회에서 자식을 낳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개발도상국이나, 빈곤한 국가에서의 출산율이 높아 보인다. 자원경쟁에 더 유리한 사람들이, 오히려 복제능력을 줄이고 있는 현상이다. 이것은 자기복제자가 지금껏 자기를 많이 복제하려고 수없이 해왔던 노력에 반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한번 두가지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다.
첫번째로 생각되는 것은 개인보다 더 커진 사회의 비중이다. 더 많은 공감을 통한 강한 조직은 자연경쟁에 유리하였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문화가 발달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속의 사람들은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규칙을 중요시 여기며, "나" 자신의 번창보다 "조직"과 "조직을 이루는 문화"의 번창으로 관심이 쏠릴 수 있다.
두번째로 생각되는 것은 과한 경쟁이다. 교육과 자본수준은 자원경쟁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많이 낳았다고 하여, 그 자식들이 자원경쟁에 도태되어, 자손번식에 실패하게 되면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결국 지구상에 더 많이 살게되는 사람들은, 자손을 많이 낳을 수 있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그러한 사회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일거리가 주어져, 유기적으로 다양한 능력을 수행할 수 있고 과도한 경쟁이 줄어든 사회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또한 그 시대에 있어 이보다 더 인구수가 증가할 수 있는 사회의 출현으로 인해 기준이 달라질 것이다.
내 바램은 지금까지 이야기의 기저인 "자기복제자 초월하기"이다.
지금까지 진화는 수많은 경쟁을 통해 이루어져왔다. 진화에는 의지가 없다는 말처럼, 커다란 바위가 풍화되어 남는 것이 단단한 부분일 뿐, 풍화되어 남으려고 단단하게 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능"을 통해 우리에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일어나고 있다. 풍화되지 않도록 단단해지려고 할 뿐더러, 바람을 없애려고 하기도 한다. "지능"이라는 강한 이성은 우리의 본성을 능가할 수 있다. 신부님과 스님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식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자녀계획이 없는 부부나, 독신의 삶을 사는 사람도 있다. 물론, "지능" 또한 그 기저에는 감정이라는 본능적인 것이 존재하지만, 내 삶을 본능적이지 않게 살도록 조절할 수 있는 기능 또한 갖추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으며, 성공한 고민은 여러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진다. 지금까지는 척박한 환경속에서 자원경쟁에서 승리하여, 자기를 남길 수 있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지금껏 우리를 세상에 있게 해준 강력한 자원경쟁능력과 자손번식 의지는 지구라는 한정된 세상 속에서 자원소비를 가속화하여 우리가 지구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없게 만들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며, 과도한 경쟁과 복제 욕구를 억제해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가 이 우주 속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며, "살아남는 것"이 "진화"라는 관점으로 생각하였을 때 궁극적으로 우리가 취하게 될 진화의 방향이다. 이는 "나"의 관점이 아닌 "우리"의 관점을 가지는 것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우리"라는 것에는 인류만이 아니라 인류 주변의 모든 환경을 포함하는 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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