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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Human dynamics

[이것저것] 이타심의 진화

by 죠옹 2021. 2. 16.

 Martin A. Nowak과 Karl Sigmund의 리뷰논문 'Evolution of indirect reciprocity'를 읽고 생각을 보태 간단히 정리.


 이타심이 자연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조건은 꽤나 복잡하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행위가 결국 나에게 유리하지 못하다면 이는 자연적으로 선택되기 힘든 전략이다. 그래서 이타심을 생각할 때는 개체 이상의 스코프에서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개미와 벌과 같은 진 사회성 동물들은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타심이 설명될 수 있다. 이들의 독특한 유전자 구조로 인해 일개미들이 번식을 포기하고 군집을 이뤄 살아가는 것은 오히려 자기복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에게서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해볼 수 있다. 혈연 관계로 구성된 인구 집단 속에서 이타적인 행동은 유전자의 적합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로 돕는 가족이 서로 돕지 않는 가족 보다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다. 이를 위해서는, 평균 수명이 길고, 정착지를 중심으로 이웃 간의 근연도가 높은 인구 집단, 논문의 말을 빌리자면, 점도가 높은 인구 집단 (viscous population)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근연도를 떠나, 효용성 관점에서 행위의 전략이 선택될 가능성을 따져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내가 너의 등을 긁어줄 테니, 너도 나의 등을 긁어줘"와 같은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다. 간지러움의 해소 라는 이득(b)에 비해 손을 뒤로 뻗어 등을 긁어야 하는 비용(c_a)이 높다면, 등이 간지러운 타인에게 가서 낮은 비용(c_b)를 들여 등을 긁어주고, 그가 다시 나의 등을 긁어주는 편이 나와 그 사람 모두에게 있어 더 효율적이다. 이런 방식의 이득을 호혜(reciprocity)라고 하며, 직접 주고 받기 때문에 직접적인 호혜(Direct reciprocity)라고 부른다. 

 

 한편, 더 심오한 호혜인 간접적인 호혜(Indirect reciprocity)가 있다. 이게 왜 심오한지는 위의 예를 들어 보면 쉽다. 

  "누가 나의 등을 긁어준다면 나도 다른 누군가의 등을 긁어준다" - Upstream reciprocity

  "내가 누군가의 등을 긁어주면, 다른 누군가도 나의 등을 긁어준다" - Downstream reciprocity

 전자는 Upstream reciprocity, 혹은 generalized exchange로도 불리며, '도덕'적 규범으로 해석될 수 있다. 후자는 Downstream reciprocity, 혹은 평판(reputation)으로 불리며, 평판에 의한 보상이 보장 받는다. 두 메커니즘은 그 동기가 서로 다르지만, 겉보기에 간접적인 이득의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점이서 같다. 이런 행위가 심오한 이유는 직관적으로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명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호구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간접적인 호혜는 '도덕'과 '평판'에 해당하는 사회적인 규범과 관련 되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사람은 이러한 사회적 규범에 대해 생리적으로 강한 감정을 관련시킨다는 점이다. 우리는 불공평한 것에 분노하고, 남을 돕는 행위를 하거나 그러한 것을 보게 된다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인간은 간접적인 호혜가 성공 하기 위한 최소한의 배경을 갖고 있다. 

 

 도덕과 신념을 떠나, 효용성의 관점에서도 간접적 호혜는 성공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간접적 호혜를 주고 받는 집단에서 배신자, 즉, 받기만 하고 주지 않는자는 '평판'이 하락하여, 호혜의 pool에서 은혜를 받으며 살아갈 수 없게 된다. 또한, 비용에 비해 이득이 높고, 짧은 Loop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인구집단에서는 '도덕'적 관념에서 받은 만큼 베푼다는 전략이 성공할 수 있다. 논문에서는 이렇게 간접적 호혜가 효용성의 증가 이어지는 조건(그중에서도 특히 평판을 강조)을 "사회적 점도 (Social viscosity)"라고 표현한다.


 리뷰 논문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힌 논문이다. 복잡한 수식이 없어, 마치 책을 읽는 기분으로 읽어 나갔다.

 저자는 간접적인 호혜성이 중요한 이유로, 익명의 상대와의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과, 사람이 이룬 사회의 특수성을 이야기한다. 혈연 관계를 넘어 간접적인 호혜로 얽힌 인간 사회가 성공해 왔었던 이유를 알고, 이것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을 아는 것은 '인류애'가 성립하고 지속할 수 있기 위해서 중요하다.

 또 기억이 남는 표현이 있었는데, 혈연선택에서 다른 유기체에 거주하는 비슷한 유전자가 동작하는 것처럼, 간접적인 호혜성에서는 다른 뇌에서 창발한 비슷한 마음이 동작한다는 표현이었다. 유기체에서 'good'과 'bad'가 해당 유기체의 재생산 적합성(reproductive fitness), 즉, 번식에 유리한 정도를 표현한다면, 간접적 호혜성에서는 'good'과 'bad'가 도덕적 판단에 대한 기쁨과 고통을 표현한다. 저자는 유기체와 뇌에서 일어나는 동일한 표현 방식은, 우리의 놀라운 공감력을 보여주며, 인지와 추상화를 위해 고도로 발달된 능력을 반영하는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뭐랄까.. 여러 번 생각하게 하는 멋진 표현이다.

 

 예전에 이 논문 직후에 나온 논문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 논문도 리뷰논문이었는데, 간접적인 호혜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협력'이라는 틀에서 다룬 논문이다. 그 논문에서는 주로 네트워크 구조에 대해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추가)

Nowak이 리뷰한 5가지 이타성의 진화 메커니즘에 대한 개괄이 훌륭하게 정리된 글이 있어 공유

 

김철민 - 이타성이 호모 사피엔스를 구원하리라 [Horizon)
https://horizon.kias.re.kr/18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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