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mpact of the ‘open’ workspace on human collaboration " [1]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은 논문이었는데, 인상에 남아 글로 남겨본다.
분야별로 혁신의 주기가 짧아지면서, 최근 기업들에게는 더 창의적이고, 더 다이나믹한 작업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개개인으로 닫혀 있던 공간의 벽을 허물고, 열린 공간을 도입해서 직원들 간의 협력을 촉진코자 하는 움직임이 있다.
이 논문에서는 열린공간이 직원들의 협력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했는데, 오히려 얼굴을 맞댄 상호작용은 줄고, 이메일 등을 통한 상호작용이 늘었다는 결과를 보였다. 흔히, 열린 공간이라고 하면 더 많은 상호작용을 촉진시킬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의 결과였다.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있었다. 이전 다니던 회사에서도 두 번 공간적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처음 변화는 생산팀과 연구 팀을 다른 층으로 나누면서 생겼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사무실 구조가 생산 층과 연구 층으로 나누어져서 깔끔해 졌지만, 결과적으로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고, 함께 일을 하는 과정에 불편한 절차가 늘었다. 두 번째 변화는 연구소 내부에 있었는데, 파티션을 허물고, 팀을 섞어서 배치되었다. 아마도, 다양한 협업과 창의성을 기대한 변화였겠지만, 근본적으로 일이 섞이기 힘든 구조였기에 오히려 불편한 점이 생기기도 했다.
고등학교 때는 교탁을 중심으로 원호 모양으로 둥글게 둘러싼 배치로 바꾸자고 주장해서 배치를 바꿔봤던 적이 있다. 뒷자리에 많이 앉아본 경험으로 교실의 사각지대에서는 자연스럽게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스스로는 획기적인 배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결과는 좋지 못했다. 오히려 원호의 앞쪽은 더 집중이 일어나고 뒤쪽은 더 소란스러워졌다.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원호 꼴의 자리배치는 원상복귀 되었다.
최근 어떤 연구소 이야기를 들었는데, 비슷한 사정이었다. 연구실간의 벽을 허물고 창의적인 연구를 하자는 연구소장의 방침으로, 정말로 벽을 허문 공동 공간이 도입 되었다고 한다.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연구소에서 제일 잘나가는 연구실들만이 찾는 공간으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실적이 별로 없던 연구실들에게는 오히려 가고 싶지 않은 장소였던 것이다.
기본적인 모티베이션이 공유되지 못한 채로 시행되는 변화는 전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구소의 경우에는 심리적으로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서로 다른 연구실에 대한 궁금증을 느낄 여유가 선행되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학교의 경우에는 모든 친구들에게 수업에 집중하고 싶다는 동기가 공유되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전 다니던 회사의 경우에는 공간을 섞기 전에 일이 섞일 수 있는 환경이 선행되었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행은 먼저 사람을 잘 이해하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 Bernstein, Ethan S., and Stephen Turban. "The impact of the ‘open’workspace on human collaboration."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73.1753 (2018): 2017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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