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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62

극우의 아이러니 우와 좌에 대한 구분은 시대에 따라 모호하지만, 대체로 안정적인 시스템이 있는 국가에서 우파란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는 집단일 가능성이 높다.그런데 한발자국 더 나아간 극우 지형을 살펴보면, 오히려 눈에 띄는 사람들은 그러한 혜택에서 배제된 사람들이다. 그저 선동으로만 이해하기엔 조금 더 복잡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다. 시끄럽고 지난한 민주주의에 비해 절대권력자의 시혜를 받는 쪽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거나, 아예 혼란을 야기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니치를 찾는 편이 더 능동적일 수 있다거나.그런데 어쩌면 조금 더 근원적인 기반으로 감정적 요인이 주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공포다.가진 것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와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 2025. 6. 4.
[생각] 글 언젠가 부터 여럿이 만나는 모임에 대해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여러 사람을 동시에 만나면서 재미를 느끼는 건 축구가 유일하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자리에서도 구석이 좋다. 구석에 가면 한 두 명 정도 말할 사람을 찾을 수 있는데 그게 좋다. 내가 내성적인 사람이었구나 새삼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이랑 대화하려면 소재가 필요하다. 요즘 잘 지내셨어요? 뭐하고 지내세요? 따위의 이야기는 대여섯명과 나누기란 참 버거운 소재다. 뭐 시작은 그렇게 할 수 있지만 몇 번의 턴 내에 흥미로운 소재가 나오지 않으면 머지않아 끝나고 만다. 약간은 특이하다거나, 자극적이거나, 누구나 그에 대해 한 두가지 생각이나 감정을 갖고 있다거나 한 것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려면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던바 선생님의 마음이론에서.. 2025. 1. 24.
일탈의 감각 고등학교 시절, 두발 자유화가 결정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머리를 기르던 친구들은 자발적으로 삭발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머리를 기르고 싶어하던 학생들이 자유화 이후 머리를 깎아버린 것이다. 그것도 1cm가 안되는 길이로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절 우리가 바라던 건 '긴 머리'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 방향으로 걸을 것을 거부하는 감각, 일탈의 감각이 그저 '긴 머리'라는 모습으로 발현했던 것이 아니었을까.일탈. 소중한 사건이자 감각이지만, 방향성이 모호하여 간과하는 힘이기도 하다. 하지만 살다 보면 스멀스멀 올라오는 일탈을 향한 마음 속 요구는, 이 감각이 꽤 강한 본능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사람마다 시기별로 그 강도는 다르게 나타나지만, 일탈을 향한 요구에 응답하.. 2024. 12. 31.
[생각] 나라는 모델링 '나'를 가능한 가장 무미건조하게 얘기해보자면 그냥 모델이다. 조금 더 살을 붙여보자면, 들어오는 자극들과 그에 대한 기억들과 그로부터 일어나는 행동들이 정합성을 가지도록 체계화된 모델이다.모든 모델들이 그렇듯, '나' 또한 일관적이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조금씩의 변화나 확장, 때로는 커다란 전환의 시점을 맞이할 수도 있겠지만, 도약을 하려면 디딤발이 있어야 하듯 '코어'가 필요하다. 뒤흔들리는 환경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 그런 것들이 모여 '나'의 재료가 된다.예를 들면 신체소유감 같은 것이 있다. 감각적으로 느끼는 '내부'와 '외부'를 가르는 이 감각은 '나'와 '내가 아닌 것'에 대한 최소한의 물리적 구분을 가능케 한다. 때로는 이 감각이 확장되거나 오류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숙련된 사람이 .. 2024. 5. 18.
[생각] 에고(ego)의 확장 자아라는 것은 절대적으로도 볼 수 있고, 상대적으로도 볼 수 있는 것 같다. 절대적이라는 건 실제 존재하는 나의 물리적 절대적 가치에 집중하는 거고, 상대적이라는 건 내가 맞는 것과 아닌 것을 골라내는 것이다. 결국 '나'라는 것을 더 강하게 느끼려면 둘 다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철저히 내가 아닌 것을 구분해 내려는 그런 사고 방식이 더 강한 자아를 만든다. 자아와 소유감을 섞어서 이야기해도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신체소유감 같은 감각은 꽤 쉽게 확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마우스와 키보드, 게임패드만 가지고 게임을 해도 충분히 가상 세계에 있는 캐릭터가 된 것 같은 확장을 경험한다. 누군가의 글을 읽거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금방 그 사람의 입장에 몰입하는 능력도 있다. 에고의 확장이 '나'의 범주에 어떤 .. 2023. 3. 2.
[감상] 궤도의 '연애의 과학' 아내가 일주일간 출장을 가니 심심하고 외로웠다. 그래서 평소 손을 대지 않던 침착맨 원본 박물관 까지 손을 대어 버리는데.. 무려 8시간 반이 넘는 안될과학 궤도의 '연애의 과학'특강 with 김풍 편이 눈에 들어왔다. 매번 편집본으로도 1~2시간은 여유롭게 넘는 궤도 선생님 컨텐츠의 원본.. 안될과학도 침펄풍도 너무 좋아하기에 TV틀어놓듯이 그냥 틀어놓겠다는 생각에 클릭. 적절히 과학적이고, 꾸준히 웃겼다. 그리 무려 8시간이라는 빌드업을 걸쳐 마지막 나온 궤도 선생님의 결론은 놀라웠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지말고 어떻게 사랑할지를 고민해야한다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다 보면 50보는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상 발을 떼지 못하는 때가 분명히 찾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이유.. 2022. 10. 3.
[생각] 성장하는 사회, 성장이 멈춘 사회 김상욱 교수님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이야기를 하는 영상 중에, '과학은 자본주의의 엔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자본주의는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성공한 합의이며, 이를 이끄는 것은 미래 자원이 현재보다 훨씬 풍부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과학 기술이 계속해서 성공을 이끌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 조금 고개를 돌려 생각해보면 조건 없는 '호혜', 보편적 인권에 대한 '믿음' 또한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과 관련한 합의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일반화된 호혜의 배경이 되었거나, 혹은 일반화된 호혜의 성공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사회를 이끌었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왜 성장하는 조직에서는 모두가 좋은 사람.. 2022. 6. 22.
[생각] 도시가 되려는 기업과, 기업이 되려는 도시 제프리 웨스트의 의 도시와 기업, 그리고 최근 기업과 도시의 행보에 영감을 받아 쓰는 글. 최근 기업들은 복지를 증진하고, 내부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확립하고, 다양성과 포용성을 강조하고, 창조와 혁신을 외치며, 누구나 일하고 싶은 회사,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 최근 도시들은 기본소득이라는 제도를 시험하고, 각종 지원금으로 다양한 시민들을 부양하며, 시민들이 이뤄낸 창조와 혁신을 동력으로 다시 사람을 끌어모으며, 지속가능성을 도모한다. 이런 기업과 도시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으면, 이 둘이 묘하게 같은 종류의 것으로 보일 때가 있다. 스케일에서 제프리는 기업은 저선형, 도시는 초선형 성장패턴을 보이기 때문에, 기업은 생물처럼 죽고, 도시는 영원히 지속된다고 했다. (관련글) 그런데 이 둘은 최근.. 2022. 2. 16.
[생각] 감정의 재현성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애틋함, 고양감, 처연함과 같은 감정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리고 삶에서 우연히 경험했던 그 감정들이 이따금 되살아날 때가 있다. 그 감정들은 어떤 음악이거나 어떤 글이거나 어떤 그림이거나 어떤 냄새라거나 하는 모습들로 문득 그리고 강하게 찾아온다. 과학은 자연의 재현성을 설명하는 법칙을 다룬다고 하는데. 인문과 예술활동은 감정의 재현성을 다루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21. 12.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