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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 적절한 정보란 뭘까

by 죠옹 2018. 4. 7.

  "전체를 보는 방법 - 존 H. 밀러" 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복잡계 개론 - 윤영수, 채승병"이란 책을 읽은 이후, 복잡계에 관련된 두번째 책이다.

 책 내용에 지도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지도를 너무 자세히 작성하면 현실과 다름 없고, 너무 대충 작성하면 길을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도는 목적에 맞게 적절히 자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에게는 길의 혼잡도, 주유소, 주차 구역에 관한 정보가 중요하다면, 물건을 사러 가는 사람에게는 해당 물건을 취급하는 가게의 정보가 중요할 것이다. 모든 요구 사항을 만족하는 지도는 우리가 또다시 지도 속에서 헤매게 만들 것이다.


 고로, 적절한 정보란 "목적"에 기반한다. 필요한 목적에 맞게 재현 가능할 정도로 압축된 정보가 적절한 정보다. 과학도 그렇다. 사실 모든 진리는 우리 주변에 펼쳐져 있다. 다만, 성철스님이 말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라는 말과는 다르게 우리가 진리를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인과관계를 논할 수 없기에 수학, 기호, 약속들로 이루어진 개념 체계를 설립한 것이다.

 "실재"를 설명하는 과학은 개념 체계 위에 존재한다. 상상할 수 없다면, 설명할 수도 없다. 순수 수학을 굳이 과학과 분리하려 생각하려는 것은 개념의 확장이 제약 없이 그 자체로써 생명력을 지니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 아닐까.


 Data분석에는 목적이 필요하다. Data 자체를 보고 인간은 적절한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Data의 무작위성을 검토하여, 숨겨진 인과관계를 파악한다던지, 가설을 세워 타당성을 검토한다. 자연스러운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것들에 대한 개념이 확률과 통계라는 학문을 통해 세워진 덕분이다.


 내가 인간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지금과는 다른 철학과 개념과 언어 속에서 사고 하며 살았다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논하고 있지 않았을까?

 적절한 정보가 목적에 기반한다는 말에서 "적절한"이란 인간이 바라본 관점이다. 인간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내게 더 높은 인지 능력과 더 풍부한 개념을 지니고 있다면, "적절한"의 정의가 바뀔 것이다. 내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를 그 말 그대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는 "산"과 "물"이라는 개념은 "산"의 모든 것과 "물"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너무나도 인간의 분류 목적에 기반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은 환원적 사고방식을 통해 철저하게 "A는 A다"라고 말할 수 있는 영역을 찾기 시작했다. 과학의 시작이다. 

 근래에는 인간의 계산 능력을 초월하는 컴퓨터를 이용하여 세상을 이해할 수 영역을 확장시키고 있다. 시뮬레이션, 데이터 과학, 인공지능 등이 이에 해당한다. 향상된 시뮬레이션 기술은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며, 데이터 과학과 인공지능은 컴퓨터가 산을 찍은 사진을 보고 산 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인간이 딱히 뭐라고 분류하기에 정성적이고 애매모호 했던 개념들이 이러한 기술을 통해 "A는 A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확장된 영역의 개념을 다시 인간의 개념을 통해 설명해야 하는지는 앞으로의 숙제이다. 인간이 이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인간의 개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컴퓨터가 할 수 있게 된다면, 이해는 되지 않지만 자명한 "과학"이 탄생하지 않을까? 마치 알파고가 사람이 당장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며 인간 바둑 고수들을 이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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