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와 가끔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전혀 다를 것 같은 우리의 분야에서도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바로 복잡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정현이는 산림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나는 사람을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 커피를 마시며 연구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데, 그 내용이 꽤나 흥미로워 글로 남겨본다.
복잡한 것들은 실험, 이론, 시뮬레이션과 같이 통제된 환경에서의 연구 방법과 실제 연구 대상간에 괴리가 존재한다. 실제 연구 대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노이즈와 변수들은 단순히 우리가 궁금한 요인들의 탐구를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스케일과 극적 변화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먼저 스케일을 살펴보자. 연구 대상의 메커니즘이 불분명할 때 규모를 달리 하는 관측은 메커니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다. 규모에 따라 나타나는 선형 또는 비선형 증감 비율은 복잡한 것들의 상호작용 행태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열역학과 유체역학은 훌륭한 성공사례에 해당한다. 다만, 열역학과 유체역학과는 달리 더 복잡한 것들에 대한 관측은 규모에 따라 보편적, 국부적 특징이 발현하므로, 우리가 원하는 정보가 보편적인 것인지 국부적인 것인지 정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해당 범위 내에서 관측할 필요가 있다.
극적 변화는 완전히 상태가 변하는 지점을 나타낸다. 산림이 대상이라면 숲이 홍수와 같은 재해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유익한' 상태에서, 무너져 산사태를 악화시키는 '유해한' 상태로의 전이되는 시점이, 사람이 대상이라면 혁명이 일어나는 시점이나 전염병이 승리하는 시점이 극적 변화에 해당할 것이다. 극적인 변화를 살펴보는 것의 장점은 실제 연구 대상의 관측과, 영향을 주는 요인을 특정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복잡한 것을 연구한다는 것은 다양한 노이즈와 요인들과의 싸움인데, 극적 변화는 단순하고도 명료하게 복잡한 것들의 상태를 구분해 주기 때문에 이론과 실제와의 거리를 좁히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대부분의 극적 변화는 상반된 힘들의 균형이 깨지는 시점에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규명하는 것을 통해 현상의 양면을 살핌으로써 공학적인 접근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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