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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 사재기에 대한 생각

by 죠옹 2020. 3. 26.

 혁명에 관한 모델에는 개개인이 혁명에 참여하게 되는 크고 작은 문턱값을 이용한 모델이 있다. 주변에 1명이 참여하고 있으면 움직이는 사람과 2명이 참여하고 있으면 움직이는 사람,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연쇄반응을 통해 혁명의 불길은 주위 사람들에게 번져, 주변 모두가 참여하고 있으면 움직이는 사람의 마음까지 혁명에 참여하게 만든다. 주변에 혁명에 참여한 사람이 몇 명 있어야 자신도 혁명에 참여한다는 기준은 혁명에 대한 의지의 강력함을 나타내는데, 주변에 혁명에 참여한 사람이 없더라도 혁명에 참여하는 사람은 아주 강한 의지를 지닌 사람일 것이다. 

 이 모델에서는, 혁명의 완전한 성공에 있어 소수의 강한 의지를 지닌 사람들의 여부보다 고르게 분포한 문턱값이 더 중요하다. 문턱값의 분포가 고르지 못하다면, 소수가 일으킨 혁명으로 끝나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혁명과는 좀 다르지만, 재난 상황에 있어 사재기도 마찬가지다. 먼저 극성인 사람들이 사재기에 물결을 일으키고, 조금 덜 극성인 사람들이 이 물결에 타며, 전혀 관심 없던 사람까지도 어쩔 수 없게 이 물결에 타게 된다. 추가로, 과거의 재난 상황에 있었던 생필품 부족에 대한 경험은 사회 전체적인 사재기 참여에 대한 문턱값을 낮춘다.


 일본은 태풍과 지진과 같이 생필품을 공급할 물류망이 마비 되는 재난 상황에 대한 경험이 이 문턱값을 많이 낮춰준 탓인지,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고, 이익을 선점하지 않으려는 보편적인 일본인의 국민성과는 다르게 사재기에 있어서는 굉장한 역동성을 보여준다.


 안정적인 상태는 겉보기에 같은 현상으로 보여도 다른 메커니즘이 내재할 수 있는데, 격하게 부딪히며 강인성을 갖는 안정상태와 부딪힘을 회피하며 유지하는 안정상태가 있을 수 있다. 사재기와 같이 외부 재난 상황에 의해 일어난 물결에 있어, 어떠한 시스템이 강한 안정성을 지닐 수 있을 지 관련해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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