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이 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의 요건을 충족하고 나면, 그 다음 가장 쉽게 떠오르는 욕망은 보통 사람 처럼 살겠다는 욕망일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나와 비교하면서 보통 사람이 되기 위한 요건들을 그 다음 욕망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욕망의 기저에는 다수는 안전하며 소수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무리에서 벗어나면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보통에서 벗어난 상태에서는 사회가 주는 혜택을 온전히 기대하기 힘들다. 들소는 무리지어 도망치고, 새들은 무리지어 군무를 보이며, 펭귄들은 똘똘뭉쳐 빙글빙글 돌아가며 추위를 피한다. 보통에 대한 욕망은 무리를 형성하는 기본힘으로 보인다.
사람의 경우 이런 보통에 대한 욕망은 실질적인 위험이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작동하는 것 같다. 몇년 전만 해도 샌들에 양말을 신으면 패션 쓰레기라고 욕을 들었다. 샌들에 양말을 신은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 아니다. 보통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욕을 먹고 싶지 않다면 보통 사람들이 입는 정도는 입어줘야 한다.
이런 경향은 위기감이 높은 집단에서 더 강하게 나타난다. 여기서 말하는 위기감은 실직적인 현 상태의 절대적 위험 보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힘든 정도에 비례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통 상태에 대한 욕망은 한 지점, 즉, 절대적으로 안정해 보이는 지점을 중심으로 응축되는 힘을 형성하는데, 한정된 재화나 능력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그 지점에 이르는 과정에 경사를 형성한다. 이 경사가 급하면 급할 수록 더 보통 상태에 다다르기 힘들어지는데, 이 경사에 대한 느낌이 아마도 우리가 느끼는 실질적인 위기감을 설명할 것이다.
이 위기감은 안정 상태에 대한 욕망을 더 강하게 만드는데, 그 힘에 의해 안정 상태를 중심으로 형성된 경사가 유지될 수 있다. 이 힘이 사회의 원동력일지도 모르겠다.
한편, 안정적인 상태에 대한 절대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는, 경사에 대한 인식이 단순히 위와 아래의 고도의 차이에 영향 받는다. 위를 향할 여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 가는 경사는 완만했으면 좋겠으며, 아래의 경사는 급했으면 좋겠다 (위로 볼록). 위를 향할 여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위로 가는 경사는 급했으면 좋겠으며, 아래의 경사는 완만했으면 좋겠다 (아래로 볼록). 이런 마음들이 모여, 견고한 언덕을 만들어낸다. 이 언덕은 실제로 언덕에 모인 사람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공허의 부산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위기감이 가득한 세상은 수많은 공허의 언덕을 만들어낸다.
샌들에 양말을 신은 사람에게 굳이 욕할 이유도 없는데도 욕을 했던 사람들은, 아마 아래의 경사가 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욕을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들이 서 있는 그 언덕에는 아무 의미도 없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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