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사이언스에서 이필진 교수님의 강연 '거시 세계의 양자물리: 온 세상이 떨고 있다'를 봤다. 이전 강연도 그렇지만, 긴 강연 내용을 집요하게 하나의 축으로 이끌어 나가신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래서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룸에도 불구 하고, 재미있고 더 알아보고 싶게 만드는 강연을 하신다.
강의는 온 세상이 떨고 있는 양자 파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래야 설명할 수 있는 거시 세계의 현상들을 설명한다. 양자 파동을 다루는 과학인 양자장론은, 레이저가 직선으로 나아가는 이유를 같은 양자 상태에 중첩될 수 있는 광자를 통해, 파울리의 배타원리를 같은 양자 상태에 중첩될 수 없는 전자를 통해 설명한다.
여기서, 파울리의 배타원리가 거시 세계에 있어 중요한 이유가 있다. 양전하와 음전하의 가장 안정된 에너지는 계의 규모가 커지면서 변화할 수 있는데, 각 전하의 수가 N일 경우 가장 안정적인 양자 상태의 에너지를 $E(N) \sim -N^{x}$이라고 해보자. 이 때 물질의 규모가 점점 커진다면, 즉, N이 증가한다면, x가 1보다 큰 경우에는 양전하와 음전하가 한 입자의 형태보다 더 얽힌 형태로 존재하게 되고, x가 1보다 작으면 모두 흩어지게 된다. 그래서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x는 1이어야 하는데, 이 때 배타원리를 도입하지 않으면, x=8/7로, 1보다 크게 되어 우리 세상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고 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내용은 저번 상대성이론 강연에서 언급하셨던 내용인데, 거시 세계의 최소 경로 원리로 설명되는 운동법칙이나, 중력장에 의한 공간 왜곡 같은 현상 또한 기본적으로 파동이 지닌 속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내용이었다. 말 그대로 온 세상이 떨고 있는 꼴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파동에 의해 구성된 거시세계의 물체들은 막상 파동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대해서 강연에서 직접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관심이 있으면 이를 설명하고자 하는 "decoherence (결어긋남)"이라는 키워드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신다.
여기에 대해서, 우연히 구독하고 있는 youtube 채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PBS Space Time이라는 채널의 "How Quantum Entanglement Creates Entropy"라는 클릭을 안할 수 없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양자 또한 파동함수의 형태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에, 엔트로피(정보량)를 정의할 수 있다. 이를 폰 노이만 엔트로피라고 하는데, 얽힌 양자들의 중첩 상태가, 다른 상호작용을 통해 깨졌을 때 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한다. 이를 정보의 관점에서 설명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던 정보가 숨어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온전히 알고 있었던 양자상태에 대한 정보가 얽힌 양자가 다른 양자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시 세계의 양자는 수 많은 다른 양자들과 얽히며 상호작용하는 entanglement web을 형성하는데, 관찰 스케일을 거시 규모로 올릴 수록, 이 entanglement web이 엄청나게 빠르게 성장하며, 원래 양자들이 지니고 있던 파동함수에 대한 정보를 빠른 속도로 잃어나간다. 즉 원래 파동함수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해져가는 것이다.
이로 인해 decoherence가 생겨나고, 양자보다 훨씬 큰 규모에서 세상을 인식하는 우리는 파동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또한, Entanglement web의 규모가 커지면서도 유지되는 단순한 속성들이 있는데, 이런 성질들을 quantum darwinism이라고 부른다. 마치 열역학에서 '온도'와 같은 단순한 속성과 같다고 한다.
여기서 다루는 Entropy는 그 대상이 양자 정보라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거시 세계에서 현상과는 다른 대상을 다루는 것으로 보이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점에서 열역학 2법칙의 관점과 같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3년 전 글에서 인용했던 영상에서도 양자 사건을 통해 정보량(불확실성)이 증가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언급되어 있었는데, 이번 영상을 통해 더 심도 있게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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