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교수님이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이야기를 하는 영상 중에, '과학은 자본주의의 엔진'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자본주의는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성공한 합의이며, 이를 이끄는 것은 미래 자원이 현재보다 훨씬 풍부할 것이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믿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과학 기술이 계속해서 성공을 이끌었기 때문에 자본주의가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
조금 고개를 돌려 생각해보면 조건 없는 '호혜', 보편적 인권에 대한 '믿음' 또한 지속적인 성장을 바탕과 관련한 합의가 아닐까 싶다.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일반화된 호혜의 배경이 되었거나, 혹은 일반화된 호혜의 성공이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는 사회를 이끌었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왜 성장하는 조직에서는 모두가 좋은 사람이다가도, 조직이 힘들어지면 갈라치는 것처럼 말이다.
'공정'을 다룬 언더스코어의 영상에서는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보다 '각자도생'의 측면을 지닌다고 소개한다. 보편적 공평으로써 공정이 아닌, 전략적 관점에서 공정을 추구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경험한 사회의 성장과, 현 젊은 세대가 겪는 사회의 정체가 관점의 차이를 낳았을까? 당연해 보이지만 깊이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성장이 멈춘 사회에서는 다양성, 보편적 인권, 기본소득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가능성들이 논의 되고 있다. 사회적 자원(사회의 구조, 사회적 합의, 상호작용의 질...)이 사회를 바꿔온 것일까, 아니면 이 모든 것들은 그저 성장하는 사회의 산물이었던 것일까. 그래도 패를 꼭 던져야 한다면 전자에 던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후자는 아무래도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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