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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네트워크과학

네트워크 구조가 의미를 가지는 경우

by 죠옹 2024. 12. 31.

Arxiv 고에너지 물리학 학자들의 협업 네트워크 (데이터 출처: SNAP; https://snap.stanford.edu/data/ca-HepTh.html)
네트워크 구조를 보다 보면, 서로서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도 어딘가의 소셜 네트워크 한구석에 있는 점 하나겠구나. 주변 사람들과 링크를 하나씩 연결하고는 출렁이는 저 유기체의 한 부분으로써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네트워크의 이러한 구조가 '구조'로써 의미를 갖는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 있다. 그건 바로 한 link를 통해 주고 받은 영향이 다른 link에 영향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인물이 B, C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때 A-B의 상호작용이 A-C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B-A-C라는 네트워크 구조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이건 그냥 A-B, A-C라는 따로따로의 상호작용이 존재할 뿐, 굳이 구조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 하나의 점은 한 명의 사람을 나타낸다. 이 사람은 링크로 연결된 다른 사람과 협업하여 논문을 작성했다. 그러니까 공동작업을 하면 링크가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이 만약 주변 작업들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이 그림이 나타내는 멋진 네트워크 구조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각각의 link만 존재하며, 우연히 이런 모습을 띌 뿐, 그 어떤 역할도 유기적 성질도 창발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나 물류 이동은 꽤 확실한 네트워크다. 실제 관계를 통해 물질(or 숫자)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링크는 다음 링크 다음 링크를 통해 이동하고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에서는 네트워크 이론을 통해 비교적 단단한 과학(hard science)이 가능하다. 

사람들이 이루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의 경우에는 조금 애매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링크는 독립적이지 않다. 소문이 관계를 통해 전달에 전달을 거듭하며 모두가 알게 되는 사실이 되는 것 처럼 말이다. 정보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나 미생물도 관계를 통해 전달한다. 비만이나, 흡연, 감정, 우울감, 표현까지도 링크를 통해 전달된다는 연구들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가 유기적인 이유다.

직접적으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에도 간접적인 유기성을 획득하는 경우가 있다. 그건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속성이 변화한 경우다. 예를 들어, 감동을 받는다거나, 위안을 받는다거나, 용기를 얻는다거나, 행복하다거나, 화가난다거나 이런식으로 경험이나 감정, 신체를 통해 기억되고 변화를 줄 수 있는 관계라면, 그러한 변화가 다른 관계에 반영되기 때문에 관련지어진다. 

종합해보자면, 서로 다른 상호작용이 사람(node)를 통해 관련지어지거나, 서로 다른 사람이 관계(link)를 통해 관련지어지는 경우, 국부적인 구조적 관계들이 형성된다. 이렇게 국부적으로 얽힌 관계들은 네트워크라는 구조를 통해 그 주변으로 영향을 넓히거나, 좁히며 비로소 구조로써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구조로써 의미를 가질 때 비로서 네트워크 구조를 살펴볼 이유가 생긴다. 

만약, 어떤 시스템이든 개인이든 네트워킹이 만들내는 구조적이며 거시적인 효과를 필요로 하고, 활용하려 한다면, 개개의 미시적인 관계가 어떤식으로 의존적일 수 있을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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