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감정의 반대가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것은 참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긍정적인 감정에도 부정적인 감정에도 그 종류가 있다. 당장 부정적인 감정만 해도 분노가 있는가 하면, 슬픔이 있고, 우울이 있다. 이렇게 세분화 하고 모델을 만들어가며 상관관계를 찾아나가는 연구가 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은 하나의 요인의 반대적 표출인가, 하나의 축 상에서 표현할 수 있는가 라는 논란은 이러한 연구 과정에서 나왔다. 나는 이 논란을 CES-D 관련 연구에서 접하게 되었고, 결론을 지을 순 없었지만 그 과정이 감명 깊어 글로 남겨본다.
CES-D는 간단히 설명하자면 자기 스스로 평가하는 우울척도 평가지이다. 이 평가지는 16문항의 부정적인 감정과, 4문항의 긍정적인 감정, 총 20문항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문항에 해당하는 감정상태가 지난 일주일간 어느 정도의 빈도로 나타났는지 체크함으로써 우울감을 0~60점의 점수로 환산한다. (점수는 부정적 항목은 빈도가 높을 수록 +, 긍정적 항목은 빈도가 낮을 수록 +) CES-D는 일반 인구를 대상으로 우울한 경험을 측정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이분법적 형태가 아닌 연속적인 값으로 우울감을 척도화 하기 때문에, 대규모 인구 조사에 적합하여 우울한 감정과 관련있는 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많이 이용되어져 왔다.
그런데, CES-D는 긍정적 항목(4문항)과 부정적 항목(16문항)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어, 수치화 한 척도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긍정적인 것인가? 부정적인 것인가? 라는 논란이 생겼다. 이게 왜 논란이 되냐 하면 CES-D 값 0은 우울감이 없다는 의미 뿐만 아니라 행복감이 있음 또한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 척도 속에서 행복감과 우울감이 한 축에 놓이게 되는데, 이는 오랫동안 우울감과 행복감을 별개로 다루던 연구들과는 그 컨셉이 다르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먼저, 전통파 연구자들은 Factor Analysis(요인분석)을 통해, Negative 문항과 Positive 문항이 각기 다른 요인을 따른다는 결론을 내놓는다(Shafer, 2006).
이에, 반대파는 CES-D의 측정이 방법론적으로 편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positive와 negative가 혼재함으로써 내용파악에 겪는 혼란과, 부정적인 항목에는 강하게 반대하지만, 긍정적인 항목에는 약하게 긍정하는 식의 반응 같은 방법론적 편향이, Negative/Positive 문항이 각기 다른 요인에 기인한다는 분석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참가자의 10%가 부주의하게 Positive 문항에 응답했을 경우, 요인분석(EFA, CFA)의 결과가 두가지 요인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로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Schmitt and Stuits, 1985; Woods, 2006).
나아가, Wood, Taylor, Joseph이 2010년 발표한 논문 "Does the CES-D measure a continuum from depression to happiness? Comparing substantive and artifcatual models" 에서는 Negative 문항과 Positive 문항이 한 요소에 기인한 모델(Model 1), 각기 다른 요소에 기인한 모델(Model 2), 한 요소에 기인하지만 Positive 문항 내에서 연관된 오차가 존재하는 모델(Model 3)을 제시하고, Model2가 Model1 보다 우세하지만(Shafer의 주장 처럼), Model3이 Model2보다 우세하다는 것을 보인다. 즉, 방법론적 오차를 고려한 1요인 모델이 Shafer의 주장 처럼 2요인 모델 보다 더 적합하고, Negative 요인과 Positive 요인이 하나의 연속적인 척도 상에 존재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시도로, 생물학적 관점에서 풀어보려는 연구가 있다(Ryff et al., 2006). 이들은 생체지표(신경내분비계 & 심혈관계)들이 정신적인 Well-being / Ill-being 상태와 각각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사한다.
그리고, Well-being과 Ill-being이라는 정신적 지표가 하나의 생체지표의 반대적 표현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아니면 독립적 생체지표로 나타나는 것인지를 통해 Well-being과 Ill-being의 연속성, 즉, Positive한 감정과 Negative한 감정이 한 축의 척도로 나타낼 수 있는 것인지 규명하려고 한다.
이들의 분석 결과는 9개의 생체 지표가 정신적인 상태와 상관관계를 지니며, 그 중 7개의 지표는 Well-being과 Ill-being에서 독립적인 상관관계를 갖고, 2개의 지표는 Well-being과 Ill-being에서 서로 반대의 상관관계를 지닌 것을 보인다.
즉, 7개의 지표는 두 상극된 감정이 연속적인 것이 아님을 지지하는 결론을, 2개의 생체 지표는 두 상극된 감정이 한 축에 놓일 수 있음을 지지한다.
물론, 감정상태와 생체 지표의 기제가 그 어느 쪽도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강한 해석을 해서는 곤란하지만, Positive와 Negative라는 각 감정의 요인이 한 생체지표와 관련이 있다는 것, 그것도 반대의 영향을 지닌다는 것은 Positive와 Negative가 한 축에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참고로, 두 지표는 체중과 당화헤모글로빈)
참고)
- Wood, Alex M., Peter J. Taylor, and Stephen Joseph. "Does the CES-D measure a continuum from depression to happiness? Comparing substantive and artifactual models." Psychiatry research 177.1-2 (2010): 120-123.
- Ryff, Carol D., et al. "Psychological well-being and ill-being: do they have distinct or mirrored biological correlates?."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75.2 (2006): 85-95.
- Joseph, Stephen. "Is the CES-D a measure of happiness?."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76.1 (2006):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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