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망성쇠는 예전부터 지녀온 큰 관심사였다. 모두 흥하고 성하길 원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최근 읽고 있는 책 '스케일'에서 생명 도시 기업과 같이 서로 달라 보이는 대상 속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흥망성쇠의 법칙을 소개하고 있어 생각을 보태어 정리해본다.
308p. 세균 군체의 성장
세균은 초기에 충분한 공간과 영양분을 바탕으로 분열을 일으키며 지수적 성장을 보이지만, 곧 그들이 생산한 유독한 노폐물과 제한된 공간과 영양분(닫힌계)으로 인해 정체기를 겪고, 쇠퇴기에 접어든다. 세균의 성장의 한계에는 성장의 배경이 되는 양분의 총량과 위험요소 발생빈도의 증가가 있다.
562p. 기업의 성장
'스케일'에서 제시하는 규모에 따른 증감 비율에 초선형/선형/저선형이 있다. 선형은 규모가 2배 증가함에 따라, 2배 증가하는 특징을, 초선형은 그 이상, 저선형은 그 이하로 증가하는 특징을 지닌다. 규모에 따른 부산물들의 증감을 스케일의 법칙에 따라 추적해보면, 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저선형' 증감비율이, 도시에서는 일반적으로 '초선형' 증감비율이 관측된다.
이에 저자는 안정기로 접어든 기업은 혁신과 착상에 기반한 초선형 증감이 아닌, 규모의 경제에 기반하고 있음을 고찰한다. 기업의 규모가 클 수록 업무의 절차는 복잡해지고, 규격화 된다. 이러한 방식은 큰 규모의 사업에 적합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이끌어내지만, 혁신과 착상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그리고 혁신을 이끌어내지 못한 기업은 새로 등장한 혁신적 기업에 밀리게 된다.
기업 또한 세균 군체의 성장처럼, 혁신과 착상에 기반한 지수적 성장을 거친 후, 정체 혹은 쇠퇴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374p~. 도시계획
'6 도시의 과학에 붙인 서문', '7 도시의 과학을 향하여' 파트에서는 다양한 도시계획과 이들의 성공/실패 사례를 소개한다. 효율성을 고려한 직선적인 도시의 설계는 때로는 삭막하고 경직된 도시 문화를 낳곤 한다. 반면 자연적으로 혹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도시는 유기적이고 인간 답게 살아갈 수 있는 형태를 취한다.
얼마전 '조커'를 보며 알게 되었는데, 맨하튼을 교외지역과 직통으로 연결 시키기 위해 건설된 브롱스 고속도로로 인해, 브롱스는 소외되기 시작하였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이는 영화 속 '조커'의 탄생 배경이 되었고, 사회의 최소한의 조건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는 팀에서도 마찬가지의 문제이다. 팀 내에는 일을 잘하는 '에이스'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순히, 단기적으로 팀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에이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성과를 부여하고, 주변인들이 돕게 만드는 방식을 채택하기 마련인데, '에이스'만 주목 받는 팀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 예를 들면 '프리라이더(무임승차)'가 등장하거나, 열심히 하는데도 '에이스'에 빛이 바래 그에 맞는 주목을 받지 못하고 불만을 품는다거나 하는 문제는 장기적으로 팀으로써의 성장 가능성을 낮출 것이다.
404p. 건강한 도시
책에서는 '건강하고 튼튼한 도시의 프랙탈 차원은 도시가 성장하고 발달함에 따라 꾸준히 증가한다' 라고 소개한다.
도시의 다양한 기반 시설망은 이를 총괄하는 중앙 시설부터 실제 시민과 접하는 시설까지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 도시의 프랙탈 차원의 증가는 이러한 다양한 층위가 지니는 기하학적 구조의 복잡성의 증가를 나타내며, 직선적인 흐름이 아닌, 유기적 구조를 의미한다.
프랙탈 차원의 증가는 복잡성의 증가를 뜻하는데, 이는 앞서 소개한 도시 계획의 내용과도 관련 있다. 도시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의 자원/물류/기반시설의 공급이 선형적이고 집중적이지 않은 형태, 그렇다고 단순히 임의적이거나 균일하지도 않은 형태, 관측 스케일을 바꾸어 바라보아도 그 구조의 유사성이 유지되는 형태인 프랙털 구조가 도시의 건강을 나타내는 척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저자의 질문은 앞서 살펴본 직선적이고 효율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한 도시설계의 실패를 보강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세균과 기업의 성장에서 나타나는 지수적 성장에 이은 정체기와 쇠퇴기(저선형 성장)와, 도시에서 발견되는 초선형 성장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흥망성쇠의 한계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는 기업이 혁신과 착상보다 규모의 경제로 승리하는 대표적 사례라면, 도시는 혁신이 규모의 경제를 이기는 대표적 사례이며, 이것이 기업은 죽지만 도시는 죽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대개의 기업은 도시에 기반하기 마련이므로, 기업은 죽지만 도시는 죽지 않는 것은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도시가 죽지 않는 것은 꾸준히 혁신을 통해 기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마치, 사람은 죽지만 인류는 이어지며 발전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처럼.
손정의 회장이 조성한 100조 펀드는 다양한 AI기업에 투자하며, AI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혁신을 통해 성장하지만 이후 정체하고 쇠퇴하는 기업에 하나하나에 주목하지 않고, 계속해서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구조에 투자하기 위함이 아닐런지 생각해본다.
정리해보자면, 흥망성쇠의 한계는 지속적 혁신과, 이를 가능케 하는 구조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저자는 한편으로 지속적 '성장'의 위험성 또한 강조하고 있다. 지속적 성장은 대개 지수적 성장의 행태를 보이는데, 이는 너무나도 폭발적이어서 '닫힌계'의 양분이 이를 충족시킬 수 없는 한계상태의 직전에도 그 위험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 기업, 도시, 국가, 지구가 각각이 지닌 양분을 가늠하지 못한 채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 나간다면, 성장은 무너지고 정체되며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다. 성숙한 성장은 무한 혁신이 아닌 한계를 아는 것 이라는 일침 또한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자원위기 기후위기 정치위기와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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