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특한 수업 두 개를 듣는다. '영어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수업과 '코칭/커뮤니케이션'이라는 수업인데 아주 독특하다.
'영어 프레젠테이션' 수업은 막연히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연습을 하고자 등록한 수업이다. 뭐, 수업 내용이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많이 하는 수업인 건 맞는데 이 수업이 독특한 이유는 그 주제에 있다. 이 수업에서는 자신의 종교/인류/문화와 같은 세계관에 대해 PPT를 만들어 와서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공대에서 이런 수업이라니 정말 상상도 못했다. 처음엔 거부감이 강했는데, 생각하기 어려운 주제지 내용이 어려운 주제가 아니다 보니 서로의 발표를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고, 나 또한 몰입해서 발표해 볼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에서는 자기 연구 내용으로 발표를 한다고 하니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가 된다.
'코칭/커뮤니케이션'은 더 특이하다. 3~4시간에 걸쳐 수업을 진행하는데 수업 시간의 반 이상이 Discussion과 실전 코칭 연습이다. 첫날에는 지금 무엇을 먹으러 가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이로부터 다양한 주제를 이끌어내는 연습을 했는데, 이걸 내가 왜 하고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회차가 지날 수록 코칭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는 수업이다. 코칭은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목표로 이끌어 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때로는 상대방이 더 생각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수업을 통해 배우고 있다. 예로, 전공도 다른 학생과 갖는 코칭 시간에서 요즘 막혀 있는 문제에 대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저번 주에는 문제 해결에 있어 5W1H의 방법을 제시해 보는 연습을 했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를 해결하기 위해 던지는 질문을 나열해 보니 대부분의 학생이 'Who'를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대학을 가는 이유 중에 'Who'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에 새삼 큰 충격을 느꼈다. 대부분의 학생이 대학에서 제대로 환경을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았다. 다들 자기 연구가 바쁘고 남들도 자기 연구가 바쁠 거란 생각에 제대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지금도 많이 부리고 있지만 되든 말든 오지랖을 좀 더 부려봐야겠다.
의외의 수업에서 의외로 큰 배움을 얻고 있다. 사실 내가 가려고 한 길은 늘 나의 답이 되지 못한 것 같다. 짧은 역사지만 나의 역사를 돌아보면 늘 우회의 역사였던 것 같다. 늘 가야 할 길보다 옆길에 관심이 더 생겼다. 매번 결정의 시기에 적절히 타협을 봐야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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