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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행복

[행복] 단순하고도 복잡한 우울감

by 죠옹 2021. 1. 4.

 우울증에 관심이 있다 보니 알게 된 우울감의 독특한 특징들이 있다.


 하나는 우울한 현실주의(depressive realism)이다 [1].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기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한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보통 사람들은 통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편향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우울한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긍정적 편향이 사라져 오히려 더 정확하게 현실을 인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다만, 적극적 인식 보다는 수동적 인식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더 현명하다고 하기 까지는 힘들다 [2]. 우울한 현실주의에서 긍정적 편향이 걷힌다는 점은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쩌면 우울증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보통 사람들에게서 긍정적 편향이 관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 편향은 개체 입장에서 보편적이고도 자연스러운 힘인 반면, 긍정적 편향을 거두고 객관적으로 보는 현실주의는 주변 환경과 작용하기 위한 힘에 가깝다는 느낌이 든다. 긍정적인 생각이 행동을 이끌어 낸다면, 객관적 인식은 사회와 환경 속에서 더 나은 행동을 조정하기 위한 힘이 아닐까. 개체의 뻗어나가려는 힘과 사회와 환경의 압력이 맞물려진 그림이 그려진다. 어쩌면, 환경의 압력에 압도되는 것을 느꼈을 때 개인은 뻗어나가려는 힘을 잃고, 우울한 현실 감각에 휩싸이는 건 아닐까.

 

 또 하나는 신체 활동이 우울증 예방과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3]. 우울증 환자가 신체 활동이 줄어드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있었다. 기존의 행복감을 느끼는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이 어떻게 우울함을 개선하는지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작 운동을 통해 나아질 수 있다니, 우울함의 원인이 그렇게 단순할까.


 두 특징들을 보면, 우울감과 멀어지기 위해서는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긍정적 편향은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운동과 같은 신체 활동 또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만 있으면 좋은 걸까? 주변 환경과 상관 없이 개인의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은 걸까? 각자도생의 감각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전략일까? 이타심은? 사회는?


 궁금해서 이타적 행위와 우울증의 관계의 연구들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이타성이 우울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 중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이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론과 [4], COVID-19 대유행 상황에서 위기 의식과 관련된 부정적인 정서(우울감, 불안함)는 이타성이 높은 사람들한테서 두드러졌다는 결론이었다 [5].  

 한편, 그 반대의 가능성도 위의 두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이타적 행위가 우울증을 예방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도 있었다. 두 번째 연구에서 COVID-19는 모두가 위기감을 인지하는 특수하고도 행동이 제한된 상황이다. 이타적 행동이 우울증에 나쁘다는 해석보다는 나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있다고 이해하는 편이 옳겠다.


 이런 특징들에 집착하는 걸 보면, 내가 행복과 우울증이라는 것을 보는 관점이 '환경'에 편향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편향은 나의 관심이 행복감이 측정 가능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행복감을 측정할 수 있다고 치자. 행복한 사람들에게 행복감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반대로 불행한 사람에게 얼마나 불행한지 잘 알려주는 것이 무슨 소용일까. 원인을 모른 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오히려 폭력적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존 우울증을 대하는 방법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임계치를 넘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에게 발생한 신체적 감정적 변화는 약물과 심리 치료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환경적 요인은 개인의 신체적 감정적 변화에 대한 접근 보다는 과학적인 접근이 어려운 요인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정량적으로 분석하기가 힘이 들고, 그 종류 또한 다양하고 제어하기 힘들다 (특히나 개개인이). 하지만, 우울증이 만연한 사회에서, 이런 요인들이 다루기 힘들다 하여 배제된 채로 개인이 행복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건 폭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참고

[1] https://en.wikipedia.org/wiki/Depressive_realism

[2]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udasim&logNo=220925245509&proxyReferer=https:%2F%2Fwww.google.com%2F

[3] https://mons1220.tistory.com/134?category=804487

[4]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65032706005064?casa_token=ne-LeVyTixMAAAAA:fQWCiP14ikaORzgxb4MPZIBV1Ty-4mP7vxlQz9FREt_VJJ9sc99XxQfraIq-oW2YzqJBzEjSTlo

[5]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186/s12992-020-00587-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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