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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비행기 통로의 규칙

by 죠옹 2021. 10. 19.

비행기 착륙 후 도크와 연결을 마치고 내릴 때 까지 5~10분의 시간이 있다. 사람들은 이 때 미리 짐을 내리고 미리 통로에 줄을 서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10분 정도 그 좁은 공간에서 벌을 서듯이 다닥다닥 붙어 서있다. 심지어 통로로 진출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기 자리 또는 통로에 가까운 위치에 서서 기다린다. 천장에 머리가 닿아 서 있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릎을 굽히거나 머리를 숙인 채 최대한 서 있는 시늉이라도 한다. 

 

 물론 급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화장실을 가고 싶거나, 약속에 늦었다거나 하는 사람들은 빨리 내리기 위해 줄을 설 것이다.

 

 단순히 부지런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리기 전 까지 짐을 내리고 통로에 줄을 서는 과정 까지를 미리 해 두고 싶은 사람들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남들이 하기에 별 생각 없이 따라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지금 줄에 끼지 못하면 마지막에 내리게 될 것이 두려워 자리를 선점하고자 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자기보다 안 쪽의 사람에게 누를 끼칠까 하는 마음에 준비를 서두를 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들이 뒤엉켜 만들어 낸 행동은 모두가 그 좁은 비행기 통로에 머리를 숙여가며 10분 간 벌을 서도록 만든다. 그리고는 이 행위의 참가자와 비 참가자 모두에게 "이 행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마치 통로에 끼어드는 것이 부당하다" 라는 암묵적인 규칙을 형성한다. 그들이 행한 부지런함과 고통은 권리가 된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서 있는 것이다. 바쁜 사람들을 포함해서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 까지도.

 

 아주 단순한 원리지만, 이 원리는 사회의 다양한 권리에 적용될 수 있다. 권리는 늘 효율과 합리성에 입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리는 사회적 자본을 선점하는데 도움이 된다. 권리는 때로는 효율과 합리성보다 앞서는데, 이런 경우 모두가 그 권리를 위해 벌을 선다.

 어쩔 땐 그 모습이 실제보다 더 진짜 같아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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