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기계식 키보드 소리를 듣다가 직접 두드려 보면 느낌이 어떨까 싶어 신주쿠 빅카메라를 방문했다. 진열되어 있는 기계식 키보드는 만엔 부터 3만엔 대 까지 다양했는데, 직접 두드려 보니 만족감이 상당했다. 마제스터치와 리얼포스라는 제품이 유명하다고 하여 두들겨 봤는데 확실히 느낌이 독특하고 중독성이 느껴졌다. 다만, 기계식 키보드는 처음이라 그런지 무엇이 얼마나 좋은지 잘 느낄 정도로 취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굳이 2~3만엔 대의 제품을 꼭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집에 돌아와서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Logicool(Logitech의 일본지사)에서 나온 Signature K855에 꽂혔다. 일단 생긴게 깔끔했고, 무선이면서도 기계식 키보드의 타건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모델이라는 평이 눈에 들어왔다. 로지텍 제품은 무선 기능(Logi Bolt, 블루투스)이 특화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제품의 경우 기기를 3개 까지 등록하여 쉽게 전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건전지를 사용하여 별도의 충전 없이 최대 36개월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구매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건전지가 아닌 충전식 무선 키보드의 경우, 충전을 위한 케이블 연결이 귀찮아 결국 유선처럼 사용한다는 리뷰를 보았다).
10500엔이라는 무선 + 기계식 키보드 조합 치고 저렴했던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처럼 10만원 부근의 입문용 (혹은 가성비) 제품은 잘 보이지 않았기에..
제품은 쓸데 없는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분리수거도 편했지만, 친환경을 지향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키보드의 무게감은 이전 멤브레인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 꽤 묵직하게 느껴졌다. 키보드 상판은 알루미늄 재질이었고, 키캡 자체의 두께도 멤브레인과 비교했을 때 두터웠다. 각도는 4도(디폴트)와 8도로 조정할 수 있었는데, 나에게는 8도가 적절하게 느껴졌다.
스위치 축은 적축으로 고정되어 있다. 기계식 키보드의 묘미는 청축이라는 평이 많았는데, 빅카메라에서 직접 쳐보니 확실히 재미는 있었지만 소리가 좀 크게 나는 것이 금방 질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조용한 적축과 갈축 중에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적축으로 고정된 제품이라 고민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기계식 키보드를 의식하고 사용해본 적은 처음이었는데 (어렸을 때 사용했던 키보드는 아마 기계식이었을테니) 꽤 흥미롭다. 적축은 조용한 편이라고 하는데, 멤브레인과 비교했을 때는 또각또각 소리가 확연히 들린다. 이 소리와 누르는 감각 자체도 재미있지만, 뭔가 글을 쓰고 있다는 감각을 더 뚜렷히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기존 사용하던 멤브레인 키보드와 비교했을 때 피로감은 조금 있는 것 같다. 키를 누르는 압력이 예전보다 높게 느껴졌는데, 글을 엄청나게 길게 쓰는 일을 하는 건 아니라 타건감이 주는 재미라는 장점이 더 클 것 같다.
또 텐키리스, 즉, 일반 키보드의 우측에 있는 10개의 숫자가 없는 키배열이었는데, 숫자를 어느정도 사용하는 편이라 감안해야 할 부분이었다. 다만, 별도의 숫자 키가 없어서 생기는 불편함 보다도 키보드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더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책상을 넓게 쓸 수 있고, 콤팩트해서 현재 작업에 더 집중이 되는 느낌이 든다 (기분이 좋아 드는 착각일 수 있다). 숫자를 엄청 사용하지 않는 한 텐키배열로 다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기계는 데스크탑과 노트북 휴대폰을 등록했다. 등록은 간단했으며, 전환도 바로바로 되어 사용하기 편리하다. (스마트폰은 긴 글을 쓸 필요가 딱히 없기에 자주 사용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도 리뷰라는 핑계로 키보드를 두드려 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당분간은 즐겁게 글쓰고 코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재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컴팩트+무선 이라는 편의성도 있으므로 고장나지 않는 한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총평은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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