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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행복

[행복] 멋대로 매미의 죽음을 보고 불행하다 느끼다 든 생각

by 죠옹 2018. 8. 1.

 교내 여기저기에 매미들의 시체가 보인다. 배를 까뒤집고 땅에 떨어진 매미들의 시체 주변에는 어김없이 개미들이 몰려있다. 매미는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7년을 땅속에서 산다. 그러고는 나무에서 불완전 변태를 거친 후 날개 달린 성체가 되어 한달동안 열심히 울며 번식활동을 하고는 죽는다.

 사람 관점에서 보면 참 허망하다. 땅 속에서 보내는 수년의 유년기에 비해,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며 구애를 하고, 자식을 남기는 어떻게 보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시기가 한 달 뿐이니 말이다. 


 그런데 매미의 관점에서는 어떨까? 매미도 그런 사실이 불행할까?


 우리나라는 매년 매미가 나타나서 운다. 일본도 그렇다. 수년의 유년기를 보내는 매미들이 로테이션을 돌며 세상에 나와 구애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주기매미가 있다. 이들은 5년 7년 13년 17년 주기로 우루루 세상에 나타나 번식활동을 하고는 사라진다고 한다. 이는 매미판 '인해전술'이라고 한다. 천적들이 매미를 아무리 잡아먹어도 한꺼번에 다 잡아먹을 수 없다는 계산으로 보면, 종족번식을 위해선 탁월한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주기를 자세히 보면 소수임을 알 수 있다. 소수주기의 성장패턴은 수많은 천적들의 성장패턴과 마주칠 기회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출처: 매미는 왜 땅속에서 17년을 기다릴까?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219245.html)


 이들의 이러한 생태는 본인들의 의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만큼 천적들이 많았던 것이 진화압으로 작용하여, 생존한 개체들에게 이러한 특징이 남는다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곤충은 선천적 본능에 의존해서 산다. 유전 정보에 의해 그들의 선천적 행동이 정해진다. 17년 만에 세상에 나간 매미가 적을 피하기 위해 17년을 세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런 생태를 지니게 된 매미는 불행한가?


 어쩌면 행복에 대해 사람만큼 신경 쓰는 동물은 없을 것 같다. 사람은 매미보다는 좀 더 복잡한 생태를 지녔다. 태어난 채로 살아가기에 사람의 삶은 아주 복잡하다. 만약 사람이 매미였다면 번식하기 위해 17년이 중요함을 생각해냈을 것이고, 욕구를 참아가며 17년 동안을 기다릴 것이다. 이런 것을 게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뇌가 있다는 것은 곤충들에 비해 유연하고 성공 확률이 높은 전략을 취할 수 있게 해주지만, 반대로 무엇이 중요한가, 중요한 것을 위해선 어느 정도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 계속해서 판단해야 하는 문제도 동시에 던져준다.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은 더 나은 전략을 취할 수 있게 해주지만, 그에 따른 책임 또한 나에게 있으며, 그것들을 판단하기 위해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계속해서 판단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행복"이 왜 인간에게 왜 중요한지 알려준다. "행복"은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논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행복"은 복잡한 우리의 삶에 있어 지침과도 같다. 이 지침이 없다면 우리의 생각은 방향성 없이 복잡해지기만 할 것이다. Mind wandering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생각 저 생각이 솟구쳐 올라 현재의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가치판단에 있어 딱 맞아 떨어지는 해답이 보이지 않거나, 너무 많은 요소를 고려하기 때문에 오히려 선택에 방해를 입기도 한다. 

 선택에 있어 너무 많은 숙고를 하는 것이 오히려 선택 후 만족도를 낮추기도 한다. 또 미래에 대한 불투명한 고민들에 너무 집중하다보면 당장 무엇을 할 수 있는 힘을 잃기도 한다. 

 Mind wandering을 해소하고자 Mindfulness 트레이닝 이라는 운동이 고안되어 그 효과를 논하는 연구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Mindfulness 트레이닝은 현재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명상과 비슷한 종류의 트레이닝이다. 트레이닝을 통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뚜렷히 느끼고, 실제로 행동에 옮길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행복은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고, 행위의 부산물이기도 하며, 현 상태의 지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행복은 꿈꾸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행복은 실제로 나를 움직이게 할 만큼 강렬한 지침이기도 하고, 내 행위가 행복한 상태에 연결될 수 있도록 실현가능한 것이어야 하며, 실제로 내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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