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 야밤에 잠이 안 와서

by 죠옹 2019. 1. 24.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사람들 간의 관계 속에서 "나"의 위치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부터 였던 것 같다.


 학창 시절 나에 대해 생각해보면 참 고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지녔었던 것 같다. 때로는 내성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외향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착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쁘기도 했다. 뭐, 하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니 딱히 여기서 특별한 깨달음은 없었다.

 자아가 보통 언제 형성된다고 배웠던가...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10대의 사춘기를 거치며 어느 정도 나는 어떤 사람인가? 에 대한 척도가 어느 정도 굳어진다고 배웠던 것 같고, 실제로 그랬다. 주변의 환경 속에서 나는 어느 정도 내가 할 일과 내 포지션에 대한 이해가 생겼고, 나름 그 역할에 익숙해지고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


 이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였다. 조금 특이하게 일본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는데, 일본어를 잘 못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외국인으로써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말하는 쪽보단 주로 듣는 쪽이 되었고, 능동적이기 보단 수동적인 태도를 취했다.

 원래 수동적인 사람이었기에 수동적이라는 측면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수동적이면서 적재 적기에 할 말은 하는 사람과, 늘 수동적이며 따라가기에 벅찬 사람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런 강제적 환경의 변화는 내가 나의 포지션과 나의 사회적 역할에 있어서 변화가 있다는 걸 느끼기에 충분했고, 나에게 이것은 아주 커다란 문제로 다가왔다.


 그래서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나라고 생각했는데, 왜 나는 나일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가? 내가 아는 나는 내가 아니었던 건가? 아니면 나는 어떤 역할을 연기하는 사람인가? 와 같은 생각은 사회와 나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 보다 일본어도 좀 늘고, 나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익혔기에 이전처럼 심각하게 고민에 빠지는 일은 적지만, 그 때의 경험을 통해 나는 고정된 개성을 지닌 존재가 아니라 주변 속에서 자리 잡아가는 존재라는 일말의 깨달음을 얻었다.


 이럴 땐 내가 신념이 강했더라면, 혹은 개성이 더 짙었더라면 오히려 편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끄러운 사람 두 명이 만나면 한 명은 조용해 지기 마련이고, 조용한 사람 두 명이 만나면 한 명은 이야기를 꺼내기 마련이다. 차라리 시끄러워지는 쪽이나 조용해지는 쪽과 같이 내 위치를 정했다면 덜 고생했을 법도 하다. 물론 제각각 나름의 고민이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며 관계에 대한 관점이 조금씩 달라진다. 예전 보다는 가족, 연인, 친한 친구 관계 속에 나를 두고 싶어하며, 즉흥적이고 새로운 관계에 나를 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좋게 말하자면 덜 질척 거리고, 나쁘게 말하자면 좀 냉랭해진 것 같다. 좋아진 점이라면, 좀 더 단단해진 것 같고, 좀 더 새롭지는 못하다. 이 또한 지금 환경 속에서 내가 취하고 있는 포지션이므로 어떻게 변할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이다.

반응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 일이 잘 안 풀릴 때  (1) 2019.06.18
[삶] 결혼  (4) 2019.04.10
[삶] '나의 아저씨'를 봤다  (2) 2018.10.26
[삶] Fitbit charge2 1년반 사용 후기  (4) 2018.08.01
[삶] 맘편한 포기  (2) 2018.04.2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