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는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연구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그렇다면 그 질문은 어떻게 생기는 건가? 모든 걸 안다면 질문은 생기지 않는 걸까? 모든 걸 알 수는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연구라는 행위가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요즘 한 수업에서 과학적 실재론에 대해 토론할 기회가 있었다. 연구에서는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할 모델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델을 검증할 관측이 필요하다. 새로운 관측이 새로운 모델을 요구하기도, 새로운 모델이 새로운 관측을 요구하기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검증하고 확장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 직접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과학적 모델이 만들어져 나간다.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인문학적 요인은 model의 배경에 크게 영향을 준다.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에서 탄생한 우주의 중심이 지구라는 관념에서 탈피하기 까지 걸린 시간과 노력은 인문학적 요인이 과학과 얼마나 깊게 연관이 있을 수 있는지 알려준다.
지금은 확실히 그 시절과는 다르다. 수학이라는 탄탄한 배경을 선두로 객관적이고 탄탄한 model을 배경으로 한 과학적 지식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원리로, 때로는 세상 그 자체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대단한 과학 지식마저도 몇백년이 지난 후에 '그때의 과학은 특정 생각에서 탈피하지 못했다' 라는 평가를 들을지도 모른다.
요즘은 세상의 변화를 강하게 체감하고 있다. 전염병과 기후 위기는 우리가 얼마나 지구 스케일의 존재가 되었는지 알게 해준다.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 된다면, 인문학은 인간 중심에서 지구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고, 이에 따라 인간이 던지는 질문, 즉 인간이 밝히고자 하는 과학적 모델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 과정이 성공적으로 일어난다면, 새로운 모델을 통해 세상을 인식할 후손들에게 '그 때는 참 쥐뿔도 몰랐어' 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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