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본질은 관계로부터 얻는 간접적인 부산물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산물은 복잡한 관계와 행위 속에서 중첩되며 눈에 보이는 개개인의 총합 보다 더 큰 부산물을 창출한다. 그것이 실재하는 사회이며, 우리가 도시로 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직접 제어가 불가능한 간접적인 영역의 혜택을 증가 시키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늘 보던 사람보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반가울 때가 있고, 무조건 보상을 얻는 행위보다 임의적으로 보상을 얻는 행위를 즐기는 경우가 있다. 동물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강아지도 매일 밥을 줬을 때 기뻐하는 것보다 오랜만에 만났을 때 기뻐하는 정도가 크다. 감정적인 면을 배제하고 보자면, 아마도 오랜만에 봤을 때 주어질 수 있는 임의의 것들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본능적으로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내가 직접 얻을 수 있는 혜택보다 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 하다. 이런 기대감으로부터 비롯한 상호작용이 사회를 이루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때로는 실제로는 아무런 이득이 없거나 불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우에도 관계로부터 얻는 간접적 혜택을 기대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일을 하던 도중에도 무의미하게 계속해서 SNS에 올린 나의 글에 대한 반응을 확인 하거나, E-mail을 확인 한다. 누가 이기던지 상관 없는 스포츠 경기에서 누가 이겼는지 궁금하거나, 어쩌면 나와 관계 없을 뉴스가 게재될 포털을 들락날락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라도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다. 뭐든지 과하면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중독은 실제로는 이득이 없거나 불이익을 받지만, 이득을 위해 고안된 메커니즘이 작동하게 된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네트워크 과학에서도 간접적인 이득은 다양한 방법으로 다루어진다. 다양한 중심성 지표는 내가 직접 형성한 관계 뿐만 아니라, 내가 관계를 맺은 사람이 형성한 관계를 통해 중심성을 평가한다. Google의 기반이 되었던 검색 알고리즘인 page-rank 알고리즘도 한 웹 페이지의 가치를 그 웹 페이지와 link가 있는 웹 페이지들을 통해 평가 한다. 바라바시의 "Preferential attachment"는 양적인 간접적 이득을 위한 attachment로 생각해볼 수 있으며, 그라노베터의 "The strength of weak ties"에서는 질적인 간접적 이득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에서는 이미 이러한 간접적인 부산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형태를 고안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적용하는 단계에 있다. 예로, 조직원이 전문화 되고 정보를 공유하는 Transactive memory system, 조직적으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상태를 이끄는 Psychological safety는 그 형성 메커니즘과 적용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집단 지능이 개개인의 지적 능력보다 상호작용의 질에 의존한다는 연구 결과도 조직의 과학이나 경영 분야에서는 뜨거운 화제인 것 같다.
앞으로 우리가 당면할 본질적 문제인 생존의 문제, 삶의 질의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사회를 이루고 행동하는 방식은 점점 중요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 같다. 간접적인 이득을 위한 행위는 본능에 가깝기 때문에 올바른 feedback 시스템을 구성하지 못할 수 있다. 정치 문제가 그래왔고, 기후변화가 그렇고, 이번의 코로나가 그렇다. 지구적 규모로 성장한 인류에게 그저 그래 왔듯이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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