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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생각] 거시적 규모의 창발의 명암에 대한 고찰

by 죠옹 2020. 9. 29.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하는 집단에서는 개체간 1대1로 관계에서 벗어나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의미를 갖는 형질이 발현된다. 복잡계에서는 이런 형질의 발현을 창발이라고 한다.


 만약, 창발한 형질이 집단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그 형질은 지속 가능하며 '보편'적인 관측이 가능하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이 형질은 '사건'으로 관측될 것이다.


 고로 집단 규모에서 발현한 보편적 형질은 집단의 유지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회 곳곳에서 사람들이 형성한 소셜 네트워크가 '보편'적으로 scale-free 네트워크 구조를 이룬다는 것은 이 네트워크가 정보 전달에 유리하고(small world), 붕괴에 강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리적 소셜 네트워크의 구조를 바꾸었다. 이렇게 바뀐 구조는 사회 보편적인 형질과는 다르기에 '사건'으로 관측된다.



 한편, 집단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형질이 꼭 개인에게 좋은 형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집단을 유지할 수 있기만 하면 어떤 형질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 좋지 않은 형질의 행위라도 그러한 행위를 해도 되는 환경을 유지 시키는 방향으로 집단이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조직의 어둠이며, 조직의 발달과 함께 따라오는 그림자다. 책 '스케일'에서 소개하는 연구 내용에 따르면 도시의 규모가 커지면 창의성과 혁신과 같은 밝은 면 뿐만 아니라 범죄와 약물과 같은 어두운 면 또한 증가한다고 한다. 빛과 그림자처럼 극복할 수 없는 걸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아마 다양성일 것이다. 다양성은 집단에서 창발한 형질을 한 상태로 고정 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집단을 유지한다.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에서 단골로 나오는 이야기인데, 인간을 위해 다양한 생물을 제거하고 한 종류만 심은 농장은 그 농작물을 좋아하는 몇몇 벌레들을 꼬이게 만든다. 다양한 생물들이 살지 못하는 환경이라 천적이 없는 상태에서 벌레들은 들끓게 될 것이고, 생태적 방법으로 이를 해결할 방법이 사라진다. 농장에는 살충제가 뿌려지고, 이는 결국 인간에게 축적된다. 다양성을 잃은 집단은 얼핏 그 순간은 제어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다양성은 당장 그 해답을 주질 않는다. 또한 다양성의 이점을 이성적으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여성 임원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여기에 대해 누나와 늦은 밤까지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기업에서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서서히 여성 임원들의 비율이 증가할 것이다', '오히려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 라고 의견을 냈었다.(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지만) 이처럼 다양성을 솔루션으로 내놓았을 때, 당장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다양성이 초래할 결과는 복잡하며 명료하지 않아 보인다. 1을 넣었을 때, 1이 나오는 결론이 아니다. 그래서 무시 되기 싶다.


 앞으로는 1을 넣었을 때 돌고 돌아 1이 나오지 않는 것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직적 규모에서의 창의와 혁신, 기후 위기나 다양한 정치와 인권문제에 발생하는 혐오와 에코챔버와 같은 거시적 현상과 문제들은 당장 1을 했을 때 1로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닌 것들에 대한 것들이다. 이런 거시적 문제는 1을 넣었을 때 10으로 돌아올 수도 100으로 돌아올 수 도 있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 하는지에 따라 혁신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패망할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이런 거시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직관을 뛰어 넘는 이해가 필요하다. 간단한 예로 내가 양보를 하면 당장은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급할 때 양보를 받을 수 있다. 바쁠 때 조금 쉬는 것은 당장 보면 손해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나을 수 있다. 이는 삶의 지혜이며, 주변의 조언이나 경험을 통해 획득하는 형질이다.

 인류에게 주어진 더 거시적인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런 지혜 수준의 이해를 지식 수준으로 끌어올려, 직관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보상을 체감한 역사가 있을 때, 그 형질은 삶의 지혜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적, 과학적 소통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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