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웨스트의 책 '스케일'의 큰 두 축은 '생명 현상'과 '사회 현상'이다.
제프리 웨스트는 각 현상의 규모를 각각 '질량'과 '인구'로 정의하고, 규모가 다른 현상에서 관측되는 지표들의 증감 비율을 통해, 복잡한 현상을 관통하는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연구를 해왔다.
이 때, '생명 현상'의 주요 스케일링 지수는 1/4, 사회 현상의 스케일링 지수는 15%로 소개되는데, 이번 글에서는 1/4 지수의 기원을 이 연구가 소개된 논문을 통해 간단히 정리해본다.
이 연구의 배경은 다양한 생명체의 질량과 생체 지표를 관측했을 때 나오는 1/4 지수에 있다. 생명체의 대사율은 질량의 3/4승에 비례하고, 세포 한개의 대사율과 심박수는 -1/4, 혈액 순환 주기와 수명은 1/4의 관계에 있다는 관측 결과가 있다.
저자는 질량은 3차원적 요인임에도, 관련된 현상의 지수의 분모가 3이 아닌 4가 되는 것에 의문을 가졌다. 대사율이 세포와 혈관이 맞닿는 표면적에 비례하는 현상이라면 일반적으로는 표면적이 길이의 제곱, 질량이 길이의 세제곱의 꼴을 띄니, 2/3와 같은 지수가 나타나야 자연스럽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표면의 '프랙탈' 구조를 제시한다. 프랙탈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조로써, 1차원 곡선이 2차원 평면을 채울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확장된 차원을 프랙탈 차원이라고 부르며, 이는 그 밀도에 따라 정수의 형태가 아닌 1.3 차원 같은 차원을 만들기도 한다.
혈관이 프랙탈 구조를 지닐 경우, 혈관과 세포가 닿는 면적은 2차원에서 확장된 2~3 사이의 프랙탈 차원을 지니며, 이가 최대화 되었을 경우 3차원(길이의 세제곱)에 가까운 성질을 지닌다. 그렇게 되면 생체적 질량 스케일은 길이의 네제곱인 4차원적 성질로 확장되고, 질량과 대사율이 갖는 3/4 지수가 설명된다.
이 때, 혈관의 면적이 프랙탈 차원이 3차원에 가깝다는 것은 그 구조가 3차원 공간을 메꾸는 최대한의 프랙탈 구조임을 의미하며, 모든 세포로 효율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이와 같은 구조로 발달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요약하자면, 생명체의 에너지 공급망의 프랙탈 구조는 대사가 일어나는 공간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확장하였고, 이에 대사의 관점에서 바라본 질량은 한 차원 확장된 4차원의 성질을 가지기 때문에, 질량-대사율 관계가 3/4 지수의 멱함수 형태로 관측된다는 내용이다.
후에 이 이야기를 망 구조를 지닌 도시의 현상으로 끌고 가는데, 참 도전적이고 대담한 연구인 것 같다.
참고- 생명 현상)
West, Geoffrey B., James H. Brown, and Brian J. Enquist. "The fourth dimension of life: fractal geometry and allometric scaling of organisms." science 284.5420 (1999): 1677-1679.
참고- 도시 현상)
Bettencourt, Luís MA, et al. "Growth, innovation, scaling, and the pace of life in citie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04.17 (2007): 7301-7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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