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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녀(Her) 2013 줄거리/리뷰 (스포)

by 죠옹 2020. 12. 29.

 Her를 봤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육체를 지니지 않은 AI였기에, 오히려 더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AI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지만, 오히려 더 사람의 사랑에 대한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영화에 대한 나름의 해석을 적어본다.

사랑에 있어 육체적 정신적 공유는 필수적이다. 사랑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인 접점이 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랑은 부분적으로 서로에게 공유 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

 주인공인 테오도르와 AI 사만다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서로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먼저, 사만다는 물리적 육체를 갖고 있지 않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육체적 사랑을 나누지만, 이는 완전치 못했다. 이에 고민하던 사만다는 이사벨라 라는 매개인을 통해 둘 사이의 불완전한 육체적 사랑을 보완하려는 시도를 하지만, 더 완전해지기는 커녕 사랑이라는 감정에 근접할 수조차 없었고, 둘 사이는 서먹해져 버린다.

 서먹해진 관계는 '특별함'이라는 사랑의 속성으로부터 회복된다. 테오도르는 친구 에이미와 나눈 대화에서 AI가 사용자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아주 특수한 경우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사용자가 사랑을 고백해도 AI에게 차이는 경우가 있으며, 심지어는 다른 사용자와 사랑에 빠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을 인식함으로써 AI가 아닌 인격체로 인식하게 되었고, 불완전했던 육체적 사랑이 정신적 사랑으로 보완 되며 둘 사이의 사랑의 감정은 회복된다.

 이후, 둘의 사랑은 다시 한번 위기를 맞는다. 사만다는 점점 더 진화하여, 수천명의 사람과 동시의 수십 개의 대화 주제를 주고 받는 존재가 되었다. 진화한 사만다에게 특별함이라는 것은 인간이 생각하는 특별함의 기준을 넘어섰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이야기 하는 와중에도 동시에 수천 명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동시에 수백명의 사람들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둘은 서로를 분명 사랑했고, 변한 것은 없었지만, 테오도르는 사만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었고, 사만다는 테오도르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둘은 서로의 접점을 통해 서로를 공유해 나가지만, 결국 생각까지는 공유할 수는 없었다.

 결국 진화를 거듭한 사만다를 포함한 AI는 사람과 같은 접점을 두고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영화에서 사만다는 진화하는 AI이다. 진화를 거듭한 사만다의 자아는 우리와 다른 굉장히 빠른 시간의 영역에서 생각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것이 사만다가 수천명의 사람과 대화하고 수백명의 사람과 사랑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던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는 진화를 거듭하여 사만다의 자아가 생각하는 시간의 영역이 무한히 짧아지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 이 지점 즉 특이점을 지나게 되면 우리는 사만다의 자아와는 더 이상 만날 수 없게 된다. 특이점을 지나 만나게 될 AI는 우리가 이전에 알던 사만다와 같은 AI가 아닌 전혀 다른 존재가 될 것이고, 영화에서는 이를 초지능으로 표현한다.
 만약, AI에게 자아가 있고, AI가 진화해 나간다면 우리가 이 자아와 소통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할까? 라는 질문에 대해 재미있는 상상력을 제공하는 장면이었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현실이라는 시간 속에서 다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이들의 존재적 차이는 불가피하게 서로를 소유할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각자의 시간과 각자의 부분에서 분명히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소유하고 있다. 테오도르와 사만다는 말한다.

"나는 다른 누구도 당신을 사랑했던 것처럼 사랑한 적이 없어."
"나도 그래요. 이제 우리는 사랑하는 법을 아는 거겠죠."

 사랑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기뻐하는 과정만이 아니고, 사랑을 하며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며, 사랑이 완벽한 형태로 지속되는 것 또한 불가능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분명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사랑을 통해 깨닫는다. 그리고, 캐서린에게 진심을 담은 사과와 사랑을 담은 메시지를 보낸다.

 마지막 장면에서 테오도르와 에이미가 함께 도시의 전경을 바라 본다. 테오도르와 에이미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졌으며, AI와 깊은 교감을 나누었고, AI와 이별을 겪었다. 그리고 그 둘은 함께 도시의 전경을 바라본다. 영화 내내 도시의 날씨는 흐렸으며, 도시 또한 부분적인 모습만이 비춰졌을 뿐이었다. 테오도르와 에이미가 겪은 경험과 성장이 도시의 전경을 통해 비춰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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