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사람의 특징들로부터 그 '질'을 정량화 하고자 하는 연구 분야가 있다. 이런 연구들은 이를 응용하여 '교육', '회의'와 같은 상호작용의 질을 정량화 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측량할 수 없는 것은 제어할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무언가를 정량적으로 측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상황을 개선 하기 위해서 정말로 잘 알 필요가 있을까? 는 별개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전 한 연구회에서 생체 신호를 통해 교육 과정 중인 학생의 심리상태를 예측하는 연구를 접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문득 "정말로 잘 아는 것보다, 믿음과 신뢰와 같은 기대감이 이끌 수 있는 결과물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의 상호작용이 정말로 잘 아는 것에만 기반한다면 그것은 Input과 output의 선형 되물림이다. 목표를 두고 제어하려는 관점에서 본다면 좋은 솔루션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은 분명 그 이상의 시너지를 갖고 있다. 그것이 없다면 우리는 굳이 사람을 찾지 않을 것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웬만한 것은 책을 보고 검색을 하면 그만이기에..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기대하고 부응하고 인정하고 인정 받고 베풀고 도움 받는 관계에서 초선형의 발전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안전감', '신뢰'와 같은 관계에 대한 '믿음'이 사회 과학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는 이유도 이와 관련 있어 보인다. '사람'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계'를 잘 아는 것은 그 이상으로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래 전부터 행복감이 정량화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연구에 관심이 많았다. 요즘에는 이러한 연구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의구심이 든다. 정량적으로 계측 가능한 행복에 대해 정말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다양한 언어에서 행복의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의 어원에는 '운'의 개념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Happiness는 'Happ: 우연', 행복은 '복' 처럼. 보편적으로 행복에 대해 의도치 않게 주어진 것이라는 인식이 기반하는 것 같다. 행복의 적응, 행복의 쳇바퀴 라는 말이 있듯이 행복감은 익숙해 지면 적응해 버린다. 그래서 우리가 행복을 주는 요인을 '잘' 알게 되고, 손에 얻는 순간 사라지는 과정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지속적인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잘 알 수 없는 것들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잘 알 수 없는 것들은 나에게 다양한 경험과 기쁨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되는 것이 좋겠다. 이것이 행복감을 개선할 수 있다는 긍정 심리학의 철학을 관통하는 관점이 아닐까. (긍정 심리학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낸다거나, 선물을 준다던가, 대중교통에서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에게 자리를 양보한다거나,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경험을 한다거나. 당장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을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 지속적인 행복을 가능케 한다고 한다)
얼마 전, 설거지를 너무나 즐겁게 했다. 설거지는 내가 제일 귀찮아 하는 집안일 베스트 1위다. 그런데 이 날은 즐겁게는 물론 아주 열심히 설거지를 했다. 왜 이렇게 설거지가 즐거웠지 하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날 아내에게 고마웠던 것이 계기였던 것 같다. 고마운 마음에 그 귀찮던 설거지가 즐겁게 느껴졌던 것이다.
선진국일수록 만족감은 상승하지만, 행복감은 그렇지 않다는 연구 내용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면 할 수록 뚜렷한 객관적 판단 하에 삶을 계획한다. 생각을 하고 계획을 하여 그에 상응한 결과물을 얻는 것은 만족감을 상승 시킬 것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일'이고 '의무'이기도 하여 지치고 힘이 든다. 이를 즐겁게 행복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단순히 어떤 일을 하면 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닌, 불확실하지만 중요한 것들에 투자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꼭 필요한 불확실한 것들의 중요성이 불확실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아직 저평가 되고 있는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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